최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은 급등하고 지방은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9억5,000만원을 찍어 과열임에 반해 지방 시장은 미분양이 급증하고 입주율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표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KB에서 조사한 주간 자료를 보면 지난 8월20일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는 0.19% 상승했음에 반해 서울은 0.72%, 수도권은 0.37%, 지방은 -0.07%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여의도가 포함된 영등포구와 용산은 서울시장의 개발구상발표에 따라 각각 1.36%, 1.72% 상승해 최고로 올랐고 강남구는 0.77% 올라 일주일간 오른 폭치고는 많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강북 지역도 용산구를 필두로 강북구와 동대문구·종로구·은평구를 중심으로 상승폭을 키웠다. 최근 3년간 급등한 강남에 대한 투자부담과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지역으로 확산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강북뿐만 아니라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상승세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는 지역으로 빨리 옮겨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그렇게 초고강도의 규제책을 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실망스럽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수요와 공급으로 요약될 수 있다. 수요측면에서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자금을 먼저 들 수 있다. 사실 당시 위기상황에서 선진국 대부분 국가에서 유사한 정책을 펴는 바람에 최근까지도 글로벌 대도시의 집값이 폭등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투기꾼들이 가격상승을 올린 주범이라 지목하고 이들에 대한 규제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대출규제, 보유세 인상 등을 계속해서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초까지는 거래량이 폭증했다가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고 3주택 소유자는 60%가 넘는 양도세로 인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게 돼 공급이 줄어들게 됐다. 또한 정부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반강제로 진행함에 따라 이들도 장기간 매매 대상에서 제외돼 단기적인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중장기적인 공급 축소는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대폭 강화와 사상 초유의 막대한 금액이 부과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실시함에 따라 당분간 재건축으로 인한 공급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신규택지개발을 통한 공급도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효과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인 대량공급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수요측면에서 지방 사람들의 서울아파트 매입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경제의 부진과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들이 대거 서울 수요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에 강남과 용산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25%를 지방 사람들이 샀다는 점이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즉 시장여건과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로 자산을 집중하는 현상을 낳게 됐고 이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균형 잡힌 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다주택자를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서민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남에 집착한 규제책으로 인해 지방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정 지역의 집값에 목매지 말고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는 정책 발표 스타일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 주간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효과가 있네 없네 하면서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정부 내에서만이라도 고민을 충분히 하고 조율돼 나와야 시장에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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