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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피게로아 대사 "멕시코기업처럼 한국기업 보호...나프타 재협상 피해 없게 심혈

[서경이 만난 사람-브루노 피게로아 주한멕시코 대사]

양국 교역규모 191억弗 훌쩍...FTA 체결 땐 엄청난 경제효과 기대

삼성·LG·포스코·기아 이미 진출...제조업 등 직접 투자 증가 예상

멕시코도 언어·문화 벽 넘으면 '순천 경자구역'처럼 한국 공략 늘 것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멕시코대사




대담=신경립 국제부장 klsin@sedaily.com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은데 이들은 마치 멕시코 기업처럼 여겨집니다. 멕시코 법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멕시코 내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는 여러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도 걸린 만큼 멕시코 정부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멕시코와의 나프타 재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가운데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멕시코 대사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미국과 멕시코 간 나프타 재협상의 핵심 쟁점인 ‘자동차 부품 원산지 규정’은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이익과도 직결돼 있다. 피게로아 대사가 나프타와 한국을 연결시킨 이유다. 게다가 한국과 멕시코의 양자 교역 규모는 지난해 19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한국과 멕시코는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 중이다. 양국의 물리적 거리는 1만2,500㎞에 달하지만 국제무역 시장에서는 이미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피게로아 대사는 “양국 교역은 FTA를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매우 역동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장벽이 사라지면 그 경제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달 멕시코·페루·콜롬비아·칠레 등 중남미 4개국 경제동맹인 ‘태평양동맹(PA)’에 준회원국으로 가입을 신청했다. PA가 4개국 간 물질·인력·서비스의 자유로운 교환을 목표로 하는데다 한국은 이미 페루·콜롬비아·칠레와 FTA를 체결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PA 가입은 사실상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PA 측은 앞선 준회원 가입 신청국들과의 협상을 완료하는 대로 한국 정부와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멕시코의 5위 수입국이자 8위 수출국이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191억8,531만달러에 달했다. 10년 전인 지난 2009년에 비해 67.6% 증가한 수치다. 피게로아 대사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은 브라질이지만 한국에 있어서는 멕시코가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의 PA 가입은 이렇게 중요하고 커다란 대규모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게로아 대사는 “멕시코가 중남미에서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인 만큼 협상은 굉장히 첨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에 농산품에 대한 간접적인 장벽이 많아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가 FTA를 체결했음에도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며 “한국 정부가 육류에 대한 장벽을 높게 세워놓았는데 PA 가입이 그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농수산식품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게로아 대사는 “현재 관세로 인해 높은 가격임에도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멕시코산 쇠고기·돼지고기·아보카도·라임 등을 찾고 있다”면서 “그만큼 멕시코산 농수산식품이 양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농식품 총액은 1억800만달러로 2016년에 비해 23.7%, 2015년에 비해 90.8% 늘었다.



한국은 제조업 진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피게로아 대사는 “이미 포스코·LG·삼성·기아 등 수천 개의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FTA 체결 효과로 한국의 멕시코 직접투자도 분명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까지 한국 기업의 멕시코 직접투자 규모는 약 56억2,852만달러다. 포스코·LG·삼성·기아·한국광물자원공사·GS칼텍스가 이미 멕시코에 진출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다만 피게로아 대사는 “멕시코도 제조업과 우주항공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해서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피게로아 대사는 멕시코 기업의 한국 진출 또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멕시코 기업은 언어·문화의 장벽, 각 지역 법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이러한 장벽만 뛰어넘으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속을 재활용하는 GSDK라는 멕시코 기업이 순천만 경제자유구역에 진출할 때 한국 정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현재 멕시코 경제의 핵심 현안인 나프타 재협상과 관련해 피게로아 대사는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나프타 재협상을 요청했을 때 멕시코와 캐나다 정부 모두 25년이 지난 나프타를 재협상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며 “나프타는 지난 25년간 성공적이었지만 그 사이에 없었던 기회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더 완벽한 협상을 이뤄낼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미국과 협상하는 다른 모든 나라들처럼 길고 어려운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도 이번 재협상을 좋은 협상으로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점술사가 아니기 때문에 연내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지만 모든 정부가 재협상을 올해 안에 타결할 수 있다는 좋은 신호들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그러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미국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며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대두하는 현상에는 우려를 표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멕시코가 세계 경제 무대에서 무역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더 많은 국가들이 교역을 늘리고 교역을 위한 명확한 규정을 확립했기 때문”이라며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자교역이나 전 세계의 교역량이 줄어들면 모든 나라가 패하게 될 것이라는 게 멕시코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지난 세기의 여러 무역전쟁은 결코 좋게 끝나지 않았다”면서 “더 많은 장벽은 더 적은 생산과 소비만을 초래했을 뿐”이라고도 했다.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오스트레일리아로 구성된 5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에서도 이런 의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게 피게로아 대사의 설명이었다. 피게로아 대사는 “4대륙에 흩어져 있는 믹타는 지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like-minded) 국가들”이라며 “믹타는 평화·안보, 한반도 비핵화, 글로벌 거버넌스, 법의 지배(rule of law), 자유무역과 같은 주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믹타를 정상 간 협의체로 격상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피게로아 대사는 “믹타 협의체에서 정상 간 협의가 있을 경우 위와 같은 주제들이 중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믹타는 4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피게로아 대사는 “이미 1960년대 말 중남미 비핵화의 성공을 경험한 멕시코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안보가 멕시코의 이해관계와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멕시코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고 길어질 수 있다”면서도 “문 대통령의 능력이라면 분명히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리=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5년 멕시코시티 △멕시코 멕시코대학원대학(El Colegio de Mexico) 국제관계학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MBA △오스트리아 비엔나 외교 아카데미 수료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법 아카데미 수료 △2001~2004 멕시코 외무부 장관 보좌관 △2004~2007 미국 캘리포니아 총영사 △2007~2010 OECD 대표 △2015~2017 메소아메리카 통합 및 개발 프로젝트 Director General △2017~ 주한멕시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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