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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대출보증 요건 제한…전세대출 대란 오나

고소득·다주택자 수요 줄인다며

주금공 전세대출 보증발행 기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으로

맞벌이·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타격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전세금을 대출할 때 필요한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발행 요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으로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소득을 보증발행 요건에 포함해 고소득자나 다주택자의 전세대출 수요를 제한해 집값을 잡는 데 일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연소득 7,000만원’ 기준으로 인해 오히려 실수요자인 맞벌이 신혼부부나 자녀교육을 위한 이사수요가 있는 40대 가구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정부의 집값 잡기 대책에 섣불리 나서다 자칫 올가을 ‘전세대출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고소득·다주택 가구에 대해 전세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고소득 요건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이 유력하며 신혼부부(8,500만원), 1자녀 가구(8,000만원), 2자녀 가구(9,000만원), 3자녀 가구(1억원) 등에는 소득 기준이 완화돼 적용된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전세보증 제한을 통해 확보한 주금공의 재원을 서민금융지원에 쓴다는 목표 아래 정책을 구상해왔다. 고소득층에 대해 지원을 줄이면 주금공의 서민 주거 지원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취지다. 감사원도 세금이 투입되는 주금공이 고소득층의 지원에 재원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정책 궤도가 수정됐다. 특히 ‘꼼수’ 전세대출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소득층의 전세대출을 줄여 집값을 안정화한다는 목적을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백약이 무효’ 수준으로 힘을 쓰지 못하자 그동안 집값을 떠받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전세대출에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56조3,466억원으로 1년 새 17조원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대해 전세대출을 제한할 경우 주택 시장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전세대출 차주 중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의 가구가 적지 않다”며 “특히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자녀교육 등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아 이사를 가야 하는 가구 등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자나 다주택자의 갭투자를 제한하겠다는 정책의도와 달리 실수요자인 맞벌이 신혼부부 등 서민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전세보증서가 없을 경우 대출을 내주지 않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현재 주금공 외에도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보증서 발급 업무를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요구하는 등 신청 절차가 더 까다롭고 보증 금리도 비싸 실수요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보증보험과 HUG 등이 내주는 전세보증에도 소득 및 다가구 제한이 적용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이 주거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도 제한돼 초기 자산이 없는 흙수저 가구는 주택을 구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인데 여기서 전세대출까지 제한하면 예상 밖으로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서민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을 가다듬어 오는 9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전세대출 대란’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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