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자국에서는 처음으로 성매매 종사자 노조의 설립을 승인한 뒤 한 달 만에 이를 취소하기로 하자 매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스페인에서 불붙었다.
여성 인권과 여성 지위 향상을 주요 과제로 내건 사회당 정부는 “성매매에 반대한다”면서 노조 설립을 취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성매매 종사자들은 “우리에게도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3일 스페인 관보에 따르면 노동부는 성매매종사자노동조합(OTRAS) 설립을 지난달 4일자로 승인했다.
이를 두고 스페인에서는 그동안 음지에 있었던 성매매를 사회당 정부가 양지로 끌어올려 합법화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스페인에는 현재 성매매를 규율하는 법률이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인신매매 등의 범죄와 관련이 없는 한 당국이 매춘행위를 단속하지 않고 묵인해왔다.
노동부 장관은 그러나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여성인 막달레나 발레리오 노동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노조 설립 신고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성매매 노조를 노동부가 승인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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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매매를 “여성과 남성이 경제적 궁핍 등의 문제로 타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제공하면서 기본권을 어기는 불법행위”라 규정하고서는 “그런 행위와 관련한 조합을 정부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트위터에서 자신의 내각을 ‘페미니스트 내각’이라고 칭하고 “불법행위를 하는 어떤 조직도 지지할 계획이 없으며 성매매 폐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우파 국민당 내각을 중도실각시키고 지난 6월 집권한 사회노동당의 산체스 총리는 정부를 구성하면서 각료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이미 승인한 성매매종사자 노조의 설립 취소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정부가 노조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에 노조 측과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성매매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OTRAS의 콘차 보렐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바르셀로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백인과 이성애자 위주의 부르주아 페미니즘의 장막 뒤에 숨어서 핍박받는 궁핍한 사람들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잔혹 행위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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