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028260)이 상사와 건설 부문의 ‘쌍끌이’에 힘입어 올해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사옥과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등의 효과로 올해 두둑한 실탄(현금성 자산)까지 챙기게 된다. 증권가는 삼성물산이 이를 바탕으로 지분 인수, 또는 합병에 나서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15조4,040억원, 영업이익 5,870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올랐고, 영업이익은 51%나 뛰었다. 주요 사업부문인 상사와 건설의 실적 개선세가 돋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사 부문은 트레이딩 물량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5,470억원, 5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24%씩 증가했다”며 “건설은 매출 3조1,33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국내외 프로젝트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2,430억원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패션 부문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60억원, 6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했고, 리조트는 해외 식음사업 호조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 증가한7,07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상기후 및 비용 증가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10% 감소한 600억원으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도 밝다. 삼성물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는 1조1,000억원대다. 건설사업의 실적 안정화로 영업이익 체력이 크게 개선됐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흑자 구간에 진입함에 따라 연간 1조원 이상의 안정적 영업이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측은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경영체질 개선을 꼽았다. 최근 3년 동안 사업부문별로 벌여온 개선 작업이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증권가 시각도 대체로 이와 일치한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16년 대규모 손실 반영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수익성 관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실적 개선의 키 포인트”라며 “건설 부문의 성장성은 둔화됐으나 원가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상사는 저수익 품목의 정리로 인해 판관비 비율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 서울 서초동 사옥을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에 7,484억원에 매각했다. 해당 사옥의 장부가가 5,600억원임을 감안하면 1,800억원을 남긴 셈이다. 또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20.1% 매각은 현재 외국계 사모펀드운용사(PEF)인 베인캐피탈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7,000억~8,000억원에 매각 시 보유 현금은 4조~5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영업이익까지 더해지면 연말 현금 흐름의 추가 개선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이지만, 그 동안 계열사의 지분가치 상승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최근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삼성물산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합병 후 기형적인 사업구조를 3년 이상 유지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고, 계열사 중 투자여력이 높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계열사 의존 사업을 축소하되 신사업 진출 명분을 세워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7월 말 반등에 성공해 12만원대를 회복한 이후 이를 지켜내고 있다. 최근 1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1,460억원, 기관은 380억원을 순매수하며 수급 상황도 좋은 편이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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