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한 치킨 체인점에서 달러화를 루피아화로 환전한 영수증을 내면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달러 모으기 운동’을 벌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치킨 체인점 ‘아얌 그프렉 주아라’는 지난 5일부터 고객들이 달러화를 루피아화로 환전한 영수증을 제시할 경우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체인 창업자인 아궁 프라세툐 우토모는 “우리는 루피아화 전사”라며 “루피아화를 사랑하는 것은 우리의 애국심을 끌어올리는 행위”라며 “사흘 동안 83명이 영수증을 보여주고 무료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진 달러를 모두 루피아로 바꾸고 국산품 애용과 해외여행 자제를 통해 달러화가 더 비싸지지 않도록 하고 KFC와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외국계 요식 업체 이용도 피해달라”며 애국심을 호소했다.
■식당의 달러 모으기 왜?
신흥국 금융위기 인니까지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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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아화 가치,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추락
이례적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가 달러 모으기 운동에 나선 데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비롯된 신흥국 금융위기가 인도네시아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한 애국심에서 비롯한다.
인도네시아의 올해 2·4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인 80억달러(8조9,000억원)에 달한다. 대외 채무 역시 GDP의 35%로 아시아 국가 중 최대 규모로 외풍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7일 기준 달러당 1만4,820루피아에 거래돼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가치가 추락한 상태다.
이에 인도네시아 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고 나섰다. 5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달 4일까지 11조9,000억루피아(9,000억원)를 투입하는 등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6일에는 오는 2019년 완료할 예정이었던 35GW 규모의 발전소 신·증설 계획의 완료 시점을 2026년으로 7년이나 늦춘다며 국책사업 연기를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위기 극복 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산품 애용과 수입품 구매 자제, 국민저축운동 등 전 국민의 위기 극복 동참에 이어 현지 업체가 달러 모으기 운동까지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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