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내 적혈구의 크기 분포(RDW·적혈구 분포 폭)가 다양할수록 머리·얼굴에 혈액을 공급하는 목동맥 안쪽 벽이 지방혹(죽종)으로 인해 두꺼워져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골자다.
10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종숙·남지선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심뇌혈관질환 이력이 없는 제2형(성인) 당뇨병 환자 469명을 적혈구 크기 분포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고 고해상도 초음파로 목동맥 안쪽 벽인 내중막의 두께를 측정해 비교했다.
적혈구 크기 분포는 혈액 내 적혈구 크기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 건강검진 때 하는 일반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적혈구는 크기가 일정한 편이지만 혈액질환 등이 있을 경우 적혈구가 커지거나 작아져 크기 분포가 넓어진다. 일반적으로 적혈구 크기 분포가 11.5~14.5% 사이면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연구팀은 세 그룹(10.9~12.1%, 12.2~12.6%, 12.7~16.0%)으로 나눠 목동맥 내중막 두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당뇨병·이상지질혈증으로 목동맥 안쪽 벽에 죽종이 생기면서 두꺼워지면 혈관의 탄력이 떨어져 이물질이 쉽게 쌓이고 혈액순환이 저해돼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내중막의 두께가 1㎜ 이상이면 초기 죽상동맥경화증으로 판단한다. 당뇨병 환자는 가장 흔한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인의 2배를 웃도는데 목동맥 내중막마저 두껍다면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적혈구 크기 분포가 다양할수록 심뇌혈관질환 위험 예측에 널리 사용되는 목동맥 내중막도 두껍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적혈구 크기 분포가 가장 큰 그룹과 중간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목동맥 내중막 두께가 1㎜ 이상일 위험이 각각 2.77배, 1.89배나 됐다. 성·연령 변수를 조정해도 2.12배, 1.68배였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혈액에 끈적한 포도당이 많은 당뇨병, 지방질이 많은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일반인보다 4배나 높아진다.
남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적혈구 분포 폭이 크면 죽상동맥경화 발생 가능성이 2배 안팎까지 커진다는 의미”라며 “적혈구 분포 폭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에 포함된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알 수 있어 심혈관질환 위험을 손쉽게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적혈구 분포 폭 변화를 주시하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미리 알고 적극적인 검사와 예방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 연구 저널’(Journal of Diabetes Research)에 발표됐다.
한편 현행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적혈구 분포 폭이 기록되지 않지만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에 수치가 저장돼 의료진이 필요에 따라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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