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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제대로 쓰자] 3개 부처서 4개 '초등돌봄'...판박이 사업에 혈세 '펑펑'

효율성 ‘나 몰라라’

사공 많고 부처별 칸막이 여전

컨트롤타워도 제기능 못해

"중복" 지적에도 통합관리 요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아이 1인당 1억원을 지급해 저출산을 해소하자고 밝혔다. 지난해 저출산 대책 예산은 24조4,000억원으로 출생아 수 35만7,800명으로 나누면 한 명당 6,800만원꼴이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만 들어보면 큰돈이 들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예산 소요를 따지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셈이다. 현실성을 떠나 1인당 1억원을 주자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현재 저출산·복지예산을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쓰는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1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 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을 살핀 결과 대규모의 복지예산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쪼개진 사업들이 중복운영되며 효율성을 갉아먹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돌봄 사업은 무려 3개 부처가 4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로 초등학교 1~2학년 아동이 대상이다. 방과 후부터 늦게는 오후10시까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인데 지난해 3,152억원이 투입됐다. 보건복지부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의 초등학생·중학생을 대상으로 오후에 돌봄 서비스를 하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체험활동과 학습지원을 제공하는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와 맞벌이로 부모의 양육 공백이 생겼을 때 아이돌보미가 가정을 찾아가는 ‘시간제돌봄’ 두 개의 사업을 맡고 있다.

사업별로 지원 대상 연령과 소득 기준에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모두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나 저소득층·한부모 가정의 초등학생을 보호하며 식사 등을 제공한다.

사업들은 큰 차이가 없는데 지난해 이용률 추이는 딴판이었다. 초등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이 증가하는 데 반해 여가부의 시간제돌봄과 방과 후 아카데미는 각각 3.3%, 4.8% 감소했다. 예정처는 “방과 후 아카데미의 경우 사업 대상을 중학생으로 특화하며 초등생에 대한 적절한 대안 마련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돌봄 서비스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업이 중복된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정처는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사업 효과를 높이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에 지자체까지 나서 복지사업을 벌이면서 부실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은 모두 13만7,262개로 그중 지자체 스스로 만든 사업이 5만7,042개에 달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보더라도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 등은 별도의 청년수당을 제공해 중복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비효율을 없애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지만 2013년 출범한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5년간 회의 개최 건수가 17번에 불과하고 올해에는 2월과 4월 두 차례 열렸는데 그나마 한 번은 서면회의였다. 정부는 오히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나 포용국가전략회의 등 옥상옥 구조의 회의체를 더 만들며 복지사업의 사공 수를 늘리는 모양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처들이 조금씩 나눠 맡다 보니 일관성도 부족하고 국민들도 혼란스럽다”며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의 여러 행정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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