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뒤흔드는 위기가 세계의 다른 개발도상국들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 이탈을 뛰어넘어 위기가 다수 국가로 전염되는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급격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에 대한 위협으로 초래된 불확실성과 확신 결여를 신흥국들이 직면한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0억달러(225조원)와 2,670억달러(300조4,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최근 달러 강세로 해외투자자본이 이탈하고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벼랑 끝 대치가 악화돼 어려움이 커졌다. 그동안 신흥국 위기는 재정과 정치에 문제가 있는 터키, 아르헨티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 몇 주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에서도 자본 유출이 나타나면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위기가 전이되진 않았지만 각자의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이 추가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흥국 상황을 거론하며 “무역은 긍정적이고 보탬이 되는 것”이라며 “무역을 바로잡을 필요도 분명히 있겠으나 특히 이 시점에서 무역은 위협받아서는 안 될 성장의 도구이자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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