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9·13 주택시장안정대책’이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 보유자까지 대상으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출·청약·세제까지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음에 따라 실수요 위주의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더라도 자칫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기존에 오래 살던 집에서 더 넓은 집, 신축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계획이 사실상 봉쇄됐다는 점에서 1주택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주택자 대출규제 등 9·13 대책이 이날부터 시행되면서 일선 대출 현장과 중개업소에서는 1주택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일선 대출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정부는 1주택자가 서울·세종시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신규 매입할 경우 원칙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해야 한다.
문제는 1주택자 기준이 지역과 집값에 관계없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서 15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지방에서 1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나 동일하게 1주택자로 간주되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을 한 채라도 가진 사람은 벌을 받게 하는 징벌적 대책을 내놓았다”며 “서울의 집 한 채와 지방의 집 한 채는 완전히 다른 자산이므로 가격에 맞게 1주택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첨제 아파트의 분양방식 변경도 1주택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청약과열지역에서 공급되는 추첨제 아파트는 주택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추첨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우선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남은 물량을 1주택자 등 유주택자에게 배정한다. 분양을 통해 주택형 넓히기와 지역 갈아타기를 준비하던 1주택자 입장에서는 충격이다.
1주택자를 겨냥한 대책에 강남권에 소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은퇴 세대의 반발도 크다.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위헌 소지 논란도 있다. 특정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유세 부담이 과도하게 가해져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1주택 고소득자에게 전세대출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시가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제한한 것도 금융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보가 튼튼하면 은행 심사 기준에 따라 대출을 내주는 게 정상적인 금융질서인데 대출을 아예 금지한 것은 과도하다”며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정도로 방향을 설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범·박윤선기자 squiz@sedaily.com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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