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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협상’ 감독, “현빈·손예진씨와 같이 목숨 걸었죠”

‘협상’은 손예진과 현빈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이종석 감독은 “ 단언컨대 ‘협상’에서 현빈과 손예진의 못 봤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건 정말 큰 것이다” 며 자신감을 전했다.

19일 개봉한 ‘협상’(감독 이종석·제작 JK필름)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 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 분)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 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범죄 오락 영화.

영화 ‘협상’ 주인공 배우 손예진, 현빈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영화에서 현빈과 손예진은 배우 인상 최대의 변신을 꾀했다.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 역을 맡은 현빈은 이를 통해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으며, 손예진은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전문가 하채윤 역을 맡아 첫 경찰 캐릭터를 소화했다. 젠틀한 이미지 배우 현빈이 ‘잘생김’을 내려놓고, 찰지게 욕을 구사하는 게 자연스럽고, 웃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손예진이 한 번도 웃지 않는 영화이다.

이종석 감독은 ‘캐스팅의 반전’을 생각했던 게 “반전이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민태구 역은 욕을 찰지게 잘하는 분이었지만 결국 정 반대(?)의 현빈이 낙점됐다. 하채윤 역 역시 처음으로 경찰 제복을 입은 손예진이 캐스팅 됐다.

“지금까지 그런 연기를 하지 않았던 분, 하지만 그런 연기를 보고 싶은 배우 분이 누굴까 생각했어요. 바로 현빈과 손예진씨가 떠올랐어요. 예진씨랑 빈이씨 작품을 첫 작품부터 다 돌려봤어요. 돌려보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배우들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차였는데, 저희 작품 의도랑 ‘탁’ 걸려서 의기투합했던 것 같아요. 같이 시나리오 수정 작업도 해 가면서, 포인트마다 반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어요.”

“전 당연히 목숨 걸었죠. 저 뿐 아니라 예진씨 빈씨 이렇게 3명의 마음이 잘 맞아 걸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이종석 감독은 ‘좋은 걸 버리자’는 원칙을 세우며 새로운 영화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그 첫 번째가 ‘좋은 시나리오 설정 버리기, 두 번째가 ’잘생긴 현빈 버리기‘, 세 번째가 ’손예진이 잘 하는 연기 버리기‘ 였다.

“시나리오도 가장 좋은 설정을 버리면 새로운 게 나와요. 진짜 좋은 걸 버리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알던 현빈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현빈은 뭔가 사기꾼 역할을 해도 항상 반듯하고 그런 느낌이었는데, 완전히 다 내려놨어요. 저희 영화에선 껄렁 껄렁한 현빈을 만날 수 있어요. 현빈씨는 이전까지 세트에서 영화를 찍어도 거기서 안 잤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엔 세트장 옆에서 방을 잡아놓고 그 시간도 줄여서 같이 고민하고 태구로 살았어요. ”

이종석 감독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종석 감독 /사진=양문숙 기자


“ 예진씨는 영화에서 한 번도 안 웃어요. 정말 웃는 게 어울리는 배우잖아요. 저도 몰랐어요. 예진씨가 웃는 장면이 없다는 걸. 조명기사 분이 ‘예진씨는 역시 웃어야지’란 말을 해서 문득 깨달았어요. 정말 연기로 인정 받는 작품이랄까요. 잘 할 수 있는 걸 다 버리고 새로운 걸 한 거죠. ‘덕혜옹주’도 새롭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 하고는 달랐던 작품입니다.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애 쓴 게 다 보였던 시간들이었어요. 배우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으리라 생각해요. 두 배우가 말은 그래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배우와 캐릭터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종석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배우들이 캐릭터인 척 하는 게 아닌, 한 채윤, 민태구가 그대로 스크린에서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실시간 이원촬영 기법이다. 이종석 감독은 협상가와 인질범 캐릭터의 대립과 대치가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틀이자 핵심이라고 판단,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실시간 이원촬영 방식을 영화에 도입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한정된 공간, 제한된 시간 안에서 긴장감을 끌고 가기 위해 선택했다.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도전이었다”고 했다. ‘국제시장’ 조감독 출신인 이종석 감독은 ‘국제시장’ 때 도입했던 부분 이원촬영 방식을 이번 ‘협상’에서 전체 이원촬영 기법에 도전했다. 손예진과 현빈이 실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연기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촬영을 해 갔다.

이원촬영 기법엔 배우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현빈은 “처음엔 작은 모니터를 보고 숨소리와 대사를 처리하는게 마치 연극을 공연하는 느낌이었다. 낯설고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졌고 또 흐름상 굉장히 잘 어울리는 촬영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예진 역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모니터로만 연기하다보니 손발이 묶인 듯 했다”며 “ 촬영내내 마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컷’ 없이 쭉 가야 하는 이원촬영 기법을 처음엔 낯설어하던 배우들도 나중에는 몰입하며 좋아했다고 한다. 감독은 마치 “ 연극을 보는 느낌으로 촬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서로 틀리면 안되니까 긴장감이 극대화된 현장이었어요. 말도 조심스럽게 했으니까요. 촬영하면서 이건 OK. 저건 NG 가 아니라, ‘저 배우의 연기 좋았어’. 혹은 ‘감정 다시 가고 싶다’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됐어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극대화한 방법으로 했죠. 도망갈 때 없으니까 서로 민태구와 하채윤이 돼 갔던 것 같아요. 전 중간에서 정신이 없었죠. 가까이 찍고 멀리 찍는 방식이 아니라 한번으로 쭉 가야했으니까요.”

‘협상’으로 첫 입봉작을 세상에 내 놓은 이종석 감독, 긴장감 넘쳤던 현장의 그 기운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당시에도 “웃는 게 마치 죄짓는 것 같아서 정신 없이 찍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뭘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조감독 때 연출부에게 말하는 건, ‘생각하지 마. 열심히 뛰어다녀야 해. 생각해서 판단하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고 말하곤 했는데, 제가 딱 그랬던 것 같아요.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작품이 더해지면 힘 뺄 때, 더해야 할 때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협상’이란 영화가 이제야 숨 쉴 수 있고, 소주 먹고 이야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절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감독인 제가 제시한 방향을 스태프와 배우들이 구현을 해주신거죠. 영화 ‘협상’, 현빈, 손예진, 그리고 감독 이종석으로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연스런 연결고리처럼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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