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과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국회의 ‘진짜 전쟁’에도 불이 붙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과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격돌도 예상된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예산·법안 심사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일정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추석 이후 여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미 FTA 개정안의 국회 비준에는 여야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개정안)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는 조속한 합의를 통해 한미 무역 마찰의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 경제 도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도 논평에서 환영의 뜻을 전했지만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해당 산업 분야를 포함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해 세부 조율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는 영업을 재개한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추석 민심=평화’라며 곧바로 판문점 선언 비준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야가 초월해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달라는 민심이 있었다”며 보수 야권을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여야는 비준동의안 문제를 평양 회담 이후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강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하지만, 보수 야당은 ‘실질적 진전이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추미애 전 대표를 단장으로 한 대미외교 특사단까지 파견하기로 했다. 내달 1일 외교·통일·안보 분야의 대정부질문이 예정된 만큼 판문점 선언과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의 ‘평화 공세’에 ‘경제 실정’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두 당은 내달 2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각각 당내 경제통인 김광림·김성식 의원을 앞세워 소득주도 성장의 폐해와 부동산 정책 부작용, 내년 예산안 등을 조목조목 비판할 계획이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명절에는 답답한 경제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많았다”며 “정부 재정으로 소득을 메꿔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는 답이 없다”고 날을 세우며 집중 공세를 예고했다. 여기에 검찰이 정부 예산정보 무단 유출 혐의로 심재철 한국당 의원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정기국회에서의 여야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송주희·하정연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