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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미스터 션샤인' 그들이 찾던 '영광'은 결국 우리의 삶이였구나





그녀의 삶, 그것이 곧 조국의 삶이었다. 방향은 같았으나 다른 길을 걸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 그것이 곧 ‘글로리’였다.

30일 오후 tvN ‘미스터션샤인’이 끝났다. 마지막회인 24회는 한 편의 영화처럼 순식간에 흘렀다.

주권을 빼앗긴 조선의 1907년, 일본의 강압은 더욱 심해졌고 백성들은 분노했다. 황은산(김갑수)이 이끄는 의병 전투는 승리를 거뒀으나 끝이 보였다. 작은 동요는 큰 다짐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의병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3년만에 만난 유진 초이(이병헌)와 구동매(유연석), 김희성(변요한)은 오랜만에 술집에서 회포를 풀었다. 늘 굳은 채 술잔 대신 총과 칼을 매만졌던 이들은 이날만큼은 건배를 유쾌하게 받으며 서로의 마지막을 직감했다. 김희성은 “동무 소리에 또 총과 칼을 꺼내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잔을 들어주었구려”라며 끝까지 유쾌했다.

그리고 유진 초이의 독백. “그 여자가 처음 배운 영어 단어는 ‘건, 글로리, 새드엔딩’(Gun Glory Sad ending)이었다고 한다. 인생을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이들이 도착할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그 사이 어디쯤이었다. 멈출 방법을 몰랐거나, 멈출 이유가 없었거나. 어쩌면 애신에 대한 사랑, 아니 그것이 곧 애국심이었는지도 모른다.



구동매는 원하던 최후를 맞았다. 일본에서 고애신(김태리)를 구하면서 이미 예견된 죽음이었다. 마지막으로 동전을 받으며 그는 그녀에게 “더이상 가마에 올라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조선에 왔을 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던 듯 그는 담담하게 작별을 맞았다.

그리고 마주한 무신회 낭인들. 이들은 유조의 시신을 끌어다놓고 구동매를 자극했다. 어차피 마지막 싸움, 이곳에서 숨이 끊어질 것을 알고 있는 그는 한명 한명 베어가며 자신의 목숨을 다했다. 말에 묶여 끌려가는 그의 시신을 당당하게 조선에 입성하던 과거의 그가 내려다봤다.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원하던 삶을 다했다.

김희성 역시 예견된 것과 같이 목숨을 다했다. 계속되는 호외를 추적한 이들에게 결국 정체가 발각된 그는 의병의 명단을 대라며 고문하는 일본 군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숲, 농담 그런 것들을. 그런 이유로 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요.” 그렇게 그는 연서처럼, 유서처럼, 시처럼 쓴 글을 남긴 채 홀로 생을 마감했다.





유진 초이는 고애신의 평양행을 함께하기로 했으나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는 함께 나온 임관수(조우진)의 손바닥에 한글로 이름을 적어줬다. 한글에 약하다며 구박받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자 임관수는 오열하고 말았다.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유진 초이는 기차에 올라탔다. 남은 총알은 한발. 예상대로 일본군은 고애신을 찾아냈다. 쏴도 쏴도 남아있는 그들 앞에 유진 초이는 일본 귀족을 인질삼아 나타났다. 그리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뒤면 터널이 나타난다”는 말에 고애신은 그의 최후를 직감했다. 그는 유언처럼 말을 쏟아냈다. “조선이 조금 늦게 망하는 쪽으로 가고있소. 이것은 나의 히스토리이자 러브스토리오. 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니”라며 앞칸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남은 한 발을 객차와 객차간 연결고리에 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뒤로 꽃이 피었다. 화려한 불꽃이.



그렇게 2년이 더 흘러 만주. 고애신은 의병을 훈련시키는 교관이 되어 있었다. 달리는 의병들 사이로 그녀의 독백이 흘렀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뜨겁게 피었다. 그리고 또 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한 조국에서 씨유어게인.” 이들의 서사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임진년 의병의 자식이 을미년에 의병이 되고, 그 자식이 또 독립군이 되듯 미국 공사관에서 일하던 도미(김민재)는 훌쩍 자라 의병이 되어 유진 초이의 묘를 찾았다. 그 뒤로 든든한 의병들이 대열을 갖췄다. 그리고 보이는 유진의 묘비에는 ‘고귀하고 위대한 자 소풍같은 조선에 묻히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소설처럼, 시처럼, 드라마처럼 찬란한 햇살. ‘미스터 션샤인’의 마지막은 그렇게 소풍처럼 우리곁을 떠났다.



/김진선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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