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푸쫑(74·사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국가주석직을 겸하게 되면서 ‘국부’ 호찌민 전 주석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 권력서열 1·2위를 모두 거머쥐는 절대권력으로 부상하게 됐다.
4일 로이터통신과 베트남 국영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전날 만장일치로 응우옌 서기장을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지명했다. 지난달 쩐다이꽝 전 주석이 병으로 별세한 후 주석 자리는 여성인 당티응옥틴 부주석이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베트남은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외교·국방을 담당하는 국가주석,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 입법수장인 국회의장 등 4대 요직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 체제를 택해 2개 이상의 최고위직을 동시에 맡는 일은 극히 드물다. 공산당 일당체제인 베트남은 오는 22일 국회에서 응우옌 서기장을 주석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임기는 오는 2021년까지다.
응우옌 서기장은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으로 하노이종합대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구소련에서 유학한 뒤에는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과 당 정치국원, 국회의장을 거쳐 2011년 서기장에 올랐다. 대표적인 사회주의 이론가인 그는 국영기업이 중심이 돼 경제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베트남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념을 만든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후 2016년 정치력을 발휘해 재선제한 연령(65) 예외 규정을 인정받으며 당시 정치적 라이벌인 응우옌떤중 총리의 도전에 맞서 재선에 성공했다.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으로 권력 기반을 다진 그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적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외신들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응우옌 서기장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스트롱맨인 레주언(Le Duan) 정권 이후 그간 나타나지 않았던 방식으로 당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주언은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베트남 공산화를 실현한 정치가다.
한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장 시절인 2008년 대규모 기업사절단을 이끌고 적극적인 한국 기업 유치활동을 벌였으며 2014년 10월 서기장으로서 방한했을 당시에는 삼성전자 서울 서초동 사옥을 직접 찾아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복합단지 건설을 승인하는 투자승인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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