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배는 예술에서 감상자의 역할이 ‘절반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작품에서 발자크의 깊은 눈, 고독, 흩날리는 옷자락을 봤다는 말들은 전적으로 ‘보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며 “발자크 조각은 좋은 재료를 갖춘 요리사 로댕이 ‘당신은 뭘 좋아합니까,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리죠’라는 식의 자신감으로 손님의 취향을 남겨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배의 추상 작업도 마찬가지다. 한지에 먹으로 휘갈긴 듯한 그의 숯 작업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인체의 흔적으로, 물방울로, 불덩이로 다채롭게 읽힌다.
“숯으로 작업하는 저는 자연과 문화를, 컬처와 네이처를 이어주는 연결자로서의 역할이 예술가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작품 속 먹선 같은 숯 자국은 몸이 기억한 자연스러운 몸짓·손놀림이자 감성입니다. 인간 자체가 자연의 총체 아닐까요?”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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