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채용비리 의혹 파장에 휩쓸리던 신한금융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시경 조 회장의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사실에 대한 상당한 소명이 있고 피의자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투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의 직책,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등에 비춰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피의자와 이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은바, 피의사실 인정여부 및 피의사실 책임 정도에 관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와 유사한 기각 사유인 것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10일 오전10시30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조 회장은 ‘특혜채용 관여 혐의를 인정하나’, ‘임원 자녀나 외부 인사 특혜채용이 있었나’ ‘구속 기소된 인사부장들과 공모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경영 공백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신한금융그룹은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당장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와 내년 경영계획 마련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주·은행 등 신한금융의 전 계열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8일 이후 사흘째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모색했다. 지주사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현재 경영상황 점검과 함께 향후 대응전략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장 기각에 따라 신한금융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됐고 검찰이 다소 무리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신한은행 채용비리 최종 책임자에 대한 윗선 수사는 다소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구속영장 기각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따진 것으로, 유·무죄는 별개의 문제여서 이번 영장 기각만으로 신한금융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든,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든 법원의 심판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앞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조 회장은 그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원·오지현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