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8월 말 기준 69조 9,762억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15년 9월 33조4,172억 원을 기록한 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자금유입 규모가 2조 721억원으로 올해 월간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모집한 자금을 빌딩ㆍ호텔, 유통ㆍ물류 시설 등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매 차익 등으로 거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다른 펀드와 비교해 보면 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리는 속도는 특히 두드러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펀드 설정액 증가율은 30.9%로 주식형펀드(5.7%)와 채권형펀드(-8.3%) 등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 전체 펀드의 설정액 증가율이 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평균보다도 부동산 펀드 규모가 특히 빠르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부동산 펀드의 설정액 증가율은 2010∼2015년 연간 20% 안팎이었으나 2016년 30.8%, 지난해 30.9% 등 2년 연속 30%대 성장을 기록했다.
부동산 신탁업도 크게 성장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부동산신탁 수탁고는 233조 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 147조 3,000억원에서 이듬해 153조원, 2015년 171조 5,000억원, 2016년 187조 5,000억원, 지난해 215조 2,000억원 등으로 부동산 신탁 투자 규모는 꾸준히 커졌다. 지난해 전체 신탁재산은 8.3% 증가했지만 부동산신탁 재산은 14.8% 늘었다. 올해에도 상반기 부동산 신탁 재산의 수탁고 증가율은 8.4%로 전체 신탁재산 증가율 5.8%를 앞서고 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수익률이 비교적 양호한 부동산펀드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들어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의 성적이 저조해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부동산펀드로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공모 부동산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국내가 1.48%, 해외가 3.94%였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7.87%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4.04%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국내 1.78%, 해외가 -1.76%에 그쳤다.
미국과중국의 무역분쟁과 금리 인상 등 주식형·채권형 펀드 모두 추가 악재 우려가 남아 있어 부동산 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경기 둔화 전망과 함께 위축되고 있고 채권시장은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국내 경제 상황 탓에 투자자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다 결국 부동산으로 향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 흐름도 부동산 펀드 시장 확대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확대하고 10% 지분보유 규제 등을 폐지하는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전체 사모펀드 순자산 중 부동산 펀드의 비중이 21.8%로 가장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부동산펀드는 직접투자보다는 세금 부담이 작아 자산가들이 선호한다”며 “직접 투자에 비해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 비중이 커지면 부동산 펀드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부동산 펀드의 인기는 커지고 있다. 특히 공모시장에서는 국내 부동산 펀드보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인기가 더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리츠를 포함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이미 올 들어 설정액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해외 부동산펀드에 자금이 2,000억원 넘게 몰린 결과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에서 등을 돌려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펀드 중에서도 산업용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리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