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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9시간 잠복끝에 조건만남 현장 포착..문 앞 '귀대기'까지

■ 관악경찰서 풍속반 성매매 단속 동행취재

퇴로 막고 급습..내부 소리·채팅앱 등 증거 확보

직접 성매수남 가장해 '1인 오피' 단속하기도

"잡아도 대부분 벌금형..재범많아 처벌 강화해야"

관악경찰서 풍속반 소속 형사들이 인터넷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 정황을 포착하고 단속을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권욱기자




“아이참, 아이참….”

지난달 27일 오후5시37분께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의 한 모텔 객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린 중년 남성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성매수남은 당황한 나머지 경찰과 동행한 기자 앞에서 벌거벗은 몸을 가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방금 (룸에서) 나간 여자랑 성매매했죠?” “8만원 준 것 맞죠?”

성매매 사실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남성은 잠시 망설이다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 성매수남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경찰은 경찰서까지 임의동행하기로 결정했다.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집으로 바로 연락이 가 성매매 당사자들이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곧장 경찰서로 복귀한 풍속반원은 서둘러 조서를 작성하고 다시 출동할 채비를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내에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신종 성매매’를 비롯해 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까지 각종 성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형광 관악서 풍속반장은 “관할인 신림역 일대만 하더라도 편리한 교통에 저렴한 임대료의 오피스텔이 넘쳐나고 모텔만 180여개라 성매매가 이뤄지기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경찰에 검거된 성매매 사범만 2만2,845명. 하루에 63명꼴이다. 신종 성매매 사범과 사투를 벌이는 관악서 풍속반원들의 48시간을 동행 취재하면서 성매매가 얼마나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신 반장이 이끄는 관악서 풍속반은 올해 상·하반기 서울 지역 성매매 단속 1위를 기록했다.



◇시간과의 사투 ‘조건만남’=“잡혔다.” 9시간 넘게 이어진 잠복 끝에 이날 오후4시50분께 조건만남 거래 현장이 포착됐다. 서울대입구역 모텔촌 골목 구석에서 성매수남인 이모(50)씨와 성매매녀인 김모(22)씨는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곧장 인근 모텔로 향했다. 곧이어 신 반장이 모텔 주인의 협조를 얻어 입실한 방 호수를 알아내고 동행한 임모 순경에게 복도를 지키도록 했다. 성매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샤워 소리와 이른바 ‘살 부딪치는 소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 모텔 방문이 이중문 형태로 돼 있어 방음 효과가 뛰어났던 것. 결국 두 남녀가 나올 때 모텔 주인이 신호를 주기로 했다. 45분쯤 지났을까. 모텔 주인이 별안간 잠복 중인 경찰 앞으로 뛰어 나와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저 이미 한 번 봤죠? 또 성매매하고 나온 것이죠?” 모텔 문을 나선 김씨를 보자마자 신 반장이 재빠르게 접근해 퇴로를 막았다. 김씨는 신 반장의 얼굴을 보고 아차 싶었는지 “네”라고 짧게 성매매 혐의를 인정하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경찰은 서둘러 휴대폰을 뺏어 조건만남에 이용된 채팅앱 내용을 확인했다. ‘서울대입구 지금! 8’이라는 방 제목에 성매매 전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신 반장은 “숫자 8은 성매매 금액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경찰서 풍속반 소속 형사들이 인터넷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모텔 객실을 급습하고 있다./권욱기자


◇은밀하게 늘어나는 오피스텔 성매매=“성매매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지난달 28일 오후2시37분께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S오피스텔. 회사원인 성매수남 박모(28)씨와 성매매녀 김모(22)씨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신 반장은 “어제 검거한 남성은 순순히 혐의를 인정해 임의동행했지만 오늘은 혐의를 부인하고 도주할 우려가 엿보여 수갑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오피스텔을 빌려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오피녀’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청량리·미아리·영등포 등 집창촌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성매매가 오피스텔이나 오피스 밀집 지역, 심지어 주택가로까지 숨어드는 추세다. 신 반장은 “요즘 들어 ‘1인 오피’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화대 13만원을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 오피의 경우 기존 성매매에 비해 규모가 작아진 만큼 단속도 어렵다. 모텔 주인에게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조건만남에 비해 오피스텔 입구의 비밀번호 등 보안도 더 철저하기 때문이다. 단속 노하우에 대해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던 신 반장은 질문이 계속되자 마지못해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경찰이 직접 성매수남을 가장해 주소와 오피스텔 현관 비밀번호, 화대 등 사전 조사를 거친 후 현장을 급습하는 것이다. “함정수사가 아니냐”고 묻자 신 반장은 “애초 당사자가 성매매 의도가 있었으므로 불법적 함정수사는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관악경찰서 풍속반 형사들이 서울 관악구 행운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1인 오피’를 운영하다 붙잡힌 성매매 여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 채증을 하고 있다./서종갑기자


◇잡으면 또 걸리고…단속의 딜레마=관악서 풍속반은 지난해에 성매매 사건으로 60여명을 검거했다. 이 중 재범자도 많다. 이에 대해 장지욱 관악서 생활질서계장은 “성매매로 잡히더라도 교육이수나 벌금형이 고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성매매 혐의로 구속된 인원은 491명으로 검거 인원 2만2,845명 중 2.1%에 불과했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업주나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범 방지 교육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장 계장은 “벌금 3,000만원이 부과돼도 업주에게는 푼돈에 불과하다”며 “성매매 수익 몰수로 업주의 영업 의지를 꺾고 성매수자에게도 벌금형을 강화해 성매수 의사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한 상담센터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현재 전국적으로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이 96곳에 불과해 성매매 여성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상담센터 등 지원시설을 늘려 성매매 여성의 접근성을 높여야 자활 프로그램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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