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1) 경남도지사의 첫 공판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의 측근이 “김 지사가 보낸 기사의 댓글조작 작업을 우선적으로 했다”고 증언했다.
드루킹의 측근인 ‘서유기’ 박모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드루킹 일당의 파주 사무실 ‘산채’에 기거하며 자금조달 및 사무실 운영 등을 담당한 인물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이 개발된 후에는 기사를 선정하고 공범들에게 작동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박씨는 평소 드루킹이 김경수 지사와 텔레그램 비밀방 등 메신저를 통해 소통한다는 사실을 드루킹에게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드루킹이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주요 회원들이 보는 텔레그램 방에 댓글 조작 작업을 할 기사의 인터넷 주소(URL)를 올려놓곤 했는데, 이 가운데 김 지사가 보낸 기사에는 ‘AAA’라는 알파벳을 적어 두곤 했다며 이는 “김경수 의원이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메신저로 드루킹에게 URL를 보내고, 드루킹이 이를 확인하면 1분 내로 경공모 회원들의 메신저 방에 이를 옮겨놓은 정황도 신문 과정에서 공개했다. 이 방에서 드루킹은 “A다 얘들아”, “이거 놓쳤다, 빨리 처리해라”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박씨는 2016년 ‘송민순 회고록’ 사건 이후 회원들의 수작업으로는 수백 개씩 쏟아지는 기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드루킹의 지시로 킹크랩이 개발됐다고 증언했다. 킹크랩이라는 이름도 ‘발이 여러 개인 게처럼 여러 사람이 작업한다’는 의미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박씨는 2016년 6월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소개로 드루킹과 김 지사가 만난 자리에도 함께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자신을 경공모 대표라고 소개했고, 이에 김 지사가 “경공모의 ‘공’자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 드루킹이 “함께할 공(共)자라고 설명했다”고 회고했다. 약 30분간 경공모 조직에 대해 설명하는 대화가 오갔다고 박씨는 부연했다.
반대로 혐의를 부인하는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 지사 측은 증인신문을 진행하기 전에 드루킹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노트를 증거로 제출하며 “드루킹이 공범들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진술을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공통의 변호사를 통해 전달된 지시에 따라 공범들도 허위 내용을 진술했기 때문에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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