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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대마불사를 꿈꾸는 코인베이스

스페셜 리포트 | 성장하는 암호화폐 시장

무명에서 출발한 암호화폐 트레이딩 신생기업이 비트코인 붐을 타고 최초의 10억 달러 회사가 됐다. 이제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 Brian Armstrong은 암호화폐 자체뿐만 아니라, 코인베이스 Coinbase도 월가의 일원이 될 저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By Jeff John Roberts

금융계의 신흥 강자들이 월가에서 3,000마일 떨어진 ’유리 요새‘ 안을 거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마켓 스트리트 Market Street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이들의 본사는 3개 층을 쓰고 있다. 아래로는 샌프란시스코 만과 도시 전망이 펼쳐진다. 안내 데스크 위에 초콜릿 코인들로 가득 찬 병들이 놓여 있다. 그 옆으로 암호화폐 공개를 뜻하는 ICO를 본 따 만든 ’초콜릿공개(Initial Chocolate Offering)‘라는 재미있는 표지판이 있다. 시야를 조금 돌리면, 열린 공간이 나온다. 이 곳에는 임원들의 호화로운 집무실이 없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됐다)이 공짜 라크르와 LaCroix 탄산수를 들고, 부하 직원들과 나란히 앉아 일을 한다. 바로 활기 넘치는 코인베이스 본사의 모습이다. 최근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스타트업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를 기반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건물 밖이나 로비에 회사 로고가 없기 때문이다. 안내 데스크 밖 복도에도 아무 표시가 없다. 강화 철문과 인터폰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직원들이 굳이 튀려 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일부는 장부상 백만장자로 기록될만큼 엄청난 양의 가상화폐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직원은 “납치범이 가상화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누군가의 손톱을 뽑으며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마치 개인의 커리어와 행복을 위해 변동성 크고 입증 안된 금융기술에 베팅을 걸고 있다는 얘끼처럼 들렸다.

코인베이스의 일상적인 모습이 바로 이렇다. 사내 분위기는 활기가 넘치면서도 무언가에 포위된 듯한 압박감도 풍긴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개인과 기업의 디지털 화폐(주로 비트코인) 구매 및 보관을 쉽게 하기 위한 거래소로 설립됐다. 그리고 지난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류로 확산됐다. 코인베이스는 그 기회를 활용, 21세기 판 웰스 파고 Wells Fargo가 되기 위한 거의 완벽한 고지를 선점했다. 새로운 디지털 골드러시가 눈앞에 보였다.

단기간에 코인베이스는 투자자들부터 기업가치 10억 달러(소위 ’유니콘‘)로 평가 받는 미국 최초의 암호화폐 신생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연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비상장을 유지하는 코인베이스는 앞으로도 구체적인 영업이익을 밝히지 않을 것이지만, 감독기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흑자를 내고 있다). 현재 코인베이스는 2년 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2,500만개의 고객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찰스 슈와브 Charles Schwab나 피델리티 Fidelity의 증권 계열사 같은 전통적인 거대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IT 전문 매체들은 회사의 신규 펀딩과 다가오는 IPO 일정을 파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코인베이스는 시장 개척자(First Mover)로서, 암호화폐 비즈니스의 ’고향(Home Planet)‘과도 같은 곳이 됐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업계 거물들도 코인베이스, 그리고 창업자 겸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35)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이번 호에 함께 실려있는 검사 출신 벤처 캐피털리스트 캐스린 혼 Kathryn Haun의 프로필을 참조하라).

그러나 정상에서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코인베이스는 자사의 뛰어난 실적이 부분적으론 지난해 전례 없던 암호화폐의 투기적 수요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엔 2017년의 비트코인 고공행진이 먼 추억이 된 것처럼 보인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의 가치를 의심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대부분의 디지털 화폐는 작년 12월 고점 대비 80~90%나 폭락했다. 그렇게 거품이 터지면서 시가총액 6,000억 달러가 증발됐다. 가격 붕괴는 거래량 감소에 따른 코인베이스의 수수료 매출 하락을 의미했다. 게다가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운 신규 경쟁업체들의 등장 때문에 코인베이스의 핵심 사업이 평범한 상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제서야 작년 호황기 동안 고객 서비스에 소홀하면서 자초했던 문제들로부터 회복을 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내성적인 성격의 창업자 한 명이 관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암호화폐 광풍을 ‘장편 소설의 한 장(Chapter)’ 정도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전도사’ 세대인 암스트롱은 디지털 화폐와 그것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투자와 대출, 예금을 더욱 빠르고 저렴하고 평등하게 만들어 줄 유용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코인베이스가 ‘금융 제국’으로 성장해 대중이 그런 도구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암스트롱과 동료들은 그런 미래를 위한 토대를 구축해왔다. 규제당국의 지지를 조심스럽게 호소하며 신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광범위한 금융업계를 대상으로 ‘암호화폐(Crypto)’가 필수 기술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암스트롱이 매우 설득력 있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코인베이스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암스트롱은 성공한 엔지니어들의 산실인 산 호세 San Jose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그가 자란 IT세계의 진원지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앤디 그로브 Andy Grove가 창업한 인텔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보다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암스트롱은 “아마 너무 늦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인터넷 혁명이 이미 일어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또 다른 혁명의 출현을 감지하며 (이번에는) 빠르게 움직였다. 2009년 크리스마스 때, 그는 부모님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카모토 사토시 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의 저자가 쓴 9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우연히 보았다. 그 논문에서 기술된 아이디어-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글로벌 화폐-가 너무나 강렬해서, 그는 논문을 반복해서 읽기 시작했다. 아래층에서 열렸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라는 어머니의 간청을 무시할 정도였다.

코인베이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이상주의자 브라이언 암스트롱. 그는 “앞으로 5년 내에 10억 명이 암호화폐를 이용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포춘US




오늘날 나카모토의 논문은 비트코인의 구조를 기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논문은 글로벌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 어떤 종류의 거래도 공동으로 기록하고 보관한다는 거시적 개념도 제안하고 있다. 다른 초기 신봉자들처럼, 암스트롱도 중개인과 정치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구축이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그의 확신은 아르헨티나 여행 이후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식당들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메뉴 판이 거의 매일 바뀌는 가격 스티커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건 일반 국민들의 저축을 아무 쓸모 없이 만드는 급격한 물가상승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무능한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부를 보관하거나 송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비트코인은 ‘디지털 황금’이었다.

그러나 이 비전이 실현되려면, 일반인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초창기 암호화폐는 매우 비실용적이었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먼저 ‘지갑’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고,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인) 역외은행 송금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개인을 통해 그 지갑 잔고를 채우는 등 난해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암스트롱의 비전은 그 과정을 온라인 주식 매수와 매우 흡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2012년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엔지니어로 일하던 에어비앤비 Airbnb를 퇴사했다. 암스트롱은 고객들이 암호화폐 구매 때, 기존 은행계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코인베이스를 설계했다. 비트코인 구매는 한때 상당한 IT전문 지식을 필요로 했지만, 코인베이스는 그 과정을 페이팔이나 벤모 Venmo를 사용하는 것처럼 (간편하게) 만들었다. 이용자가 복잡한 암호키를 통해 암호화폐를 보관한 기존 방식과 달리, 코인베이스는 그들을 대신해 (암호화폐를) 보관해주었다.

그 후 비트코인 간편구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컸던 것으로 입증되었다. 코인베이스는 설립한 지 채 1년도 안된 2012년 말 100만 고객을 돌파했다. 마약 거래와 돈 세탁 우려가 팽배했던 암호화폐 세계에서, 코인베이스는 고객 정보를 파악하는 ’고객 알기(Know Your Customer)‘법과 그 외 미국 금융규제법을 준수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작년 투기 광풍 동안, 수백 개의 신규 암호코인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투자 사기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우려한 코인베이스는 대부분의 코인 상장을 거부했다(현재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넘는 암호화폐는 15개다. 하지만 코인베이스는 그 가운데 5개 암호화폐만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법률 준수에 집착했던 암스트롱은 암호화폐 세계의 자칭 ’탈중앙화 지지자들(Renegade)‘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대신 코인베이스는 증권 중개인 라이선스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방 금융업 허가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비트코인 관련 기업이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투자자문회사 샌퍼드 C. 번스타인 Sanford C.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크리스천 볼루 Christian Bolu는 “금융 상품에서 중요한 관건은 선점 효과와 누가 업계의 표준을 정하느냐”라며 “코인베이스가 그 역할을 하며 규제 어젠다를 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또한 초기 투자업체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 Union Square Ventures와 앤드리슨 호로위츠 Andreessen Horowitz 등 우량 벤처캐피털사들의 총애를 받고 있다. 앤드리슨은 2013년 코인베이스에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벤처캐피털 업계 최초의 대규모 투자였다. 암스트롱 지지자들은 “그 젊은 CEO가 타고난 자기개선 능력을 신속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앤드리슨 소속 파트너 크리스 딕슨 Chris Dixon은 “미팅을 가질 때마다, 그가 후속 질문을 보내온다”며 “그는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멘토링을 모색한다”고 칭찬했다.

암스트롱은 자신과 직원들의 개선점을 찾기 위해 종종 직원들을 볶아댄다: 한번은 인사부가 작성한 자신의 인사고과를 모든 직원들에게 메일로 보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휼렛 패커드의 역사를 다룬 마이클 말론 Michael Malone의 저서 ’빌 앤 데이브 Bill and Dave‘를 읽은 후, 직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채가지 않도록) 생각이 떠오르면 언제든지 자신을 찾아오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은 HP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을 때 빌 휼렛과 데이브 패커드에게 애플1 컴퓨터를 보여줬다”며 “그는 ’내가 이 컴퓨터를 만들었는데, HP가 생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물론 그는 HP를 떠났고, 훗날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다. 내 말이 맞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자신의 코 앞까지 왔던 성공이 그를 피해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듯하다.

하지만 성공이 다가 왔을 때, 코인베이스와 암스트롱은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 서툴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 비트코인과 다른 디지털 화폐의 가치가 20배 이상 폭등하자,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수료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암스트롱은 “그 광풍의 절정 동안, 회사에 하루 평균 5만 명 이상의 신규 고객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일부 고객에게 트레이딩이 끔찍한 경험이 되고 말았다. 잇달은 홈페이지 다운과 다른 장애들 때문에 주문이 체결되지 않았다. 트위터와 또 다른 SNS 레딧 Reddit에 ‘돈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 ‘고객 서비스 번호표가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 며칠을 기다려도 답변을 들을 수 없다’ 같은 절망적인 불만들이 폭주했다.

한편, 해커들은 정교한 피싱과 은행 사기 수법으로 고객들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는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사기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출의 10%를 쓰고 있었다. 불행하긴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혼란으로 많은 엔지니어들과 고객 서비스 담당직원들이 하루 16~18시간씩 근무를 했다. 일부 직원은 일에 지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심각한 돌발상황이 2017년 6월 21일 일어났다. 큰손 투자자를 의미하는 ‘고래 (Whale)’가 수백 만 달러 규모의 인기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갑자기 매도했다. 그 결과 ‘일시적 급락(Flash Crash)’ 현상이 나타났다. 가격이 다시 급반등하기 전까지 320달러에서 10센트 이하로 추락했다. 그러 인해 자동 손절 주문이 촉발됐고, 일부 불운한 투자자들은 (매도세에 동참하면서) 그들의 전체 코인을 푼돈에 던져버렸다. 대부분의 대규모 주식거래소와 달리, 코인베이스는 공황적인 매도 사태 때 트레이딩을 중단시키는 ‘인계 철선(Trip Wire)’/*역주: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 터져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하는 철선/을 구축하지 못했다(기술적으로 큰 실수였다). 암스트롱은 부화뇌동한 피해자들의 매도 거래를 취소함으로써, 그들을 구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바탕 소동은 잠재울 수 있었지만 그건 값비싼 제안이었다.

암호화폐 호황의 절정에서,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의 파생코인인 비트코인 캐시 Bitcoin Cash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뢰에 또 다른 타격을 입었다. 회사는 당초 이 신규 화폐의 거래소 상장을 반대했다. 하지만 고객의 불만이 이어지자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그런데 코인베이스가 지난해 12월 입장 선회를 발표하기 직전, 비트코인 캐시 가격이 갑자기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다.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신규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에 내부 정보를 이용, 비트코인 캐시를 매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전직 직원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직원들이 암호화폐 시장과 트레이딩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사용했던 메시징 앱 슬랙 Slack 채널 2개를 전격 폐쇄하기도 했다.

내부 감사 끝에 코인베이스는 내부자 거래에 연루된 직원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는 ’슬랙 채널 폐쇄는 불법 행위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경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는 입장을 포춘에 전달했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 시스템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심지어 내부 정보에 근거한 암호화폐 트레이딩이 불법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객 서비스 불통에 따른 비난과 함께, 이번 논란이 시사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암호화폐가 국민적 관심을 받은 만큼, 황금기를 구가하기엔 코인베이스의 준비상태가 여전히 미흡한 것처럼 보였다.

코인베이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암스트롱. 이 CEO는 궁극적으로 회사가 암호화폐 업계의 글로벌 은행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포춘US


하지만 코인베이스의 노력이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했다. 이 신생기업은 작년 8월 1억 달러를 유치해 18억 달러 가치를 평가 받았다. 인재 영입에 필요한 자본과 힘을 갖추게 된 암스트롱은 새로운 피의 수혈을 통해 ‘기울어진 배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코인베이스는 오랫동안 트위터 운영을 담당한 티나 바트나가르 Tina Bhatnagar를 영입했다. 만신창이가 된 고객서비스 업무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어 HP에서 잔뼈가 굵은 아시프 히지 Asiff Hirji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암스트롱은 균형 인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회사 규칙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빈 자리 채울 때마다 소외계층 출신 유자격자 3명을 면접하고, 임원직의 33%를 여성들에게 할당하고 있다.

직원들은 그들의 보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위기감이 확산될 때, 그들의 보스가 보여준 안정감 때문이다. 암스트롱은 회사 성장과 함께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CEO가 장군처럼 명령을 하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과) 좀 더 협업하는 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리더십이라 느끼고 있다. 그것은 ‘정답’을 찾기보다 ‘진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직원 수를 거의 1,000명으로 두 배나 늘렸다. 추가 채용은 워라밸의 회복과 밤샘 근무자 수 감소에 도움이 됐다. 암스트롱 입장에선 자기 자신도 쉴 수 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무실과 외부 가라오케에서 디즈니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 직원(암스트롱을 “뛰어난 가수”라고 부른다)은 CEO가 최근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디스트릭트 Castro District 술집에서 ’인어공주‘ 노래 합창을 주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암호화폐 뉴스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구글의 베테랑 임원 출신 마이크 두다스 Mike Dudas는 “고객 서비스가 바트나가르 체제 하에서 상당히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는 올해 중반 기준으로, 밀린 민원 업무의 95%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고객불만 사항을 10시간 이내에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광풍의 절정 때 많은 민원 해결에 일주일 이상 걸렸던 모습과는 딴판인 셈이다.

물론 민원 내용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기도 했지만, 비트코인 광풍이 사라진 영향도 컸다. 암호화폐 가격은 백분율 기준으로 나스닥이 2000~2002년 닷컴 붕괴 동안 하락했던 것보다 작년 12월 이후 더 많이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디아르 Dia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거래액은 지난 1월 200억 달러 이상에서 올 여름 월 50억 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

코인베이스는 거래 한 건당 1.99%까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화폐가치와 거래량의 동반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새 경쟁사의 등장으로 거래마진도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로빈후드 Robinhood, 스퀘어 Square, 그리고 유럽 증권사 이토로 eToro 같은 핀테크 회사들이 저렴한 (혹은 제로) 수수료를 앞세워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다. (경쟁업체들의 등장을 알리는) 불길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암스트롱의 최대 미션 가운데 한 가지가 더욱 시급해졌다: 코인베이스가 수수료 매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각화된 대형 블록체인 금융회사로 변모하는 것이다.

최근 어느 무더운 날, 암스트롱은 워싱턴DC에서 (평소 즐겨 입던)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대신 황갈색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상원의원, 고위 감독관들과 수 차례 회의를 가졌다. 암스르통은 훗날 “선출직 공무원과 고위 방문객을 싣고 상원 건물을 왕복하는 모노레일 지하철이 가장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회의 결과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CEO와 팀원들은 정치권을 대상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꾸준히 알려왔다.

그런 노력이 지금 결실을 맺고 있다. 더 많은 감독기관들이 그 기술들을 ‘태생적인 범죄 위협’이 아닌 ‘유용한 도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와 경쟁사들에겐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SEC로부터 증권 거래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암호화폐 자산 보유를 원하는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보관 서비스(Custody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는 허가도 받은 상태다. 만약 코인베이스가 뮤추얼 펀드, 연기금 그리고 사모펀드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도록 유인할 수만 있다면, 이 서비스의 수익성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이미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 트레이더와 기관투자자-주로 초고액 자산가를 전담하는 업체(Family Office)와 암호화폐 전문 헤지펀드-를 겨냥한 코인베이스 서비스들이 올해 초 일반 고객용 플랫폼을 제치고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 Greenwich Associates의 금융기술 전문가 리처드 존슨 Richard Johnson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기관투자자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주류 펀드매니저들이 (암호화폐) 투자 전에 더 강력한 규제 시스템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단행한 기업 인수 덕분에 코인베이스는 그 규제 시스템의 등장에 맞춰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회사가 최근 영입한 인재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기업 및 비즈니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에밀리 최 Emilie Choi 부사장이다. 그녀는 링크트인에서 40건의 기업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지난 3월 코인베이스에 합류한 이후, 최 부사장은 10여 건의 소규모 블록체인 및 금융 기업 인수를 도왔다. 이로써 회사는 더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존슨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코인베이스의 가장 유망한 프로젝트는 ’증권 토큰‘으로 알려진 새로운 형태의 투자 방식이다. 이는 블록체인상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토큰으로 거래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암스트롱은 코인베이스가 운영하는 이런 토큰 기반 대체투자 시장 구축 방안에 대해 말해왔다.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유동적이고 비싼 자산(비상장 기업 지분이나 미술품, 수집품 등)을 거래하기 쉬운 금액으로 전환하는데 토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페이팔의 창립멤버 겸 최고운영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 David Sachs는 미국 부동산-매우 비유동적인 7조 규모의 시장이다-이 토큰으로 잘게 나눠 파는데 특히 적합한 자산이라 보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예컨대 애스펀 Aspen 에 위치한 고급 호텔 세인트 레지스 St. Regis의 소유주들이 지난 8월 “호텔 지분 중 19%를 토큰 형태로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컨설턴트 겸 암호화폐 전문 변호사 프레스톤 번 Preston Byrne은 증권 토큰은 규제 준수와 문서 보존-현재 수십 개 다른 파일들로 분산돼 있는 정보가 블록체인으로 통합되고 있다-을 간소화함으로써, 기업의 자금 조달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토큰은 기업들의 투자은행과 다른 중개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 기업 인수 합병과 주식 혹은 채권 발행 관련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번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코인베이스는 이 모든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라며 “IT 스타트업들이 대형 은행의 사업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토큰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형 은행들이 잡혀 먹기 전에 선수를 칠 수도 있다. 실제로 풍부한 자금과 자체 IT인력을 보유한 제이피모건이나 시티그룹 같은 대형 금융사들은 독자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코인베이스는 결코 암호화폐 트레이딩 기술을 독점할 수 없다. 서클 Circle과 제미니 Gemini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앞다퉈 기관투자자용 트레이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인베이스는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다수의 소식통은 ‘상당한 규모의 자금 유치가 마지막 성사단계에 있다’고 포춘에 확인해주었다. 지난 4월 암호화폐 회사 언닷컴 Earn.com을 인수했을 때, 코인베이스가 자사 가치를 약 80억 달러로 평가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 수치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더 광범위한 암호화폐 혁명과 관련해 암스트롱은 코인베이스가 은행과 정부로부터 독립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이라는 ’이상‘을 잊지 않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는 코인베이스 월렛 Coinbase Wallet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토큰의 세계를 순항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리고 암스트롱은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큰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 내에 10억 명이 암호화폐를 이용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의 토큰화: 코인베이스는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증권형 토큰’을 트레이딩 할 수 있도록 거래소 구축을 하고 있다.

-왜 토큰을 이용하는가: 토큰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보다 개발이 용이하다. 하지만 토큰도 두 기술처럼 위조를 방지하고 문서 보존을 단순화 할 수 있다.

-무엇을 거래할 수 있나: 지지자들은 “토큰이 부동산, 비상장 기업 지분, 고급 수집품처럼 비교적 비유동적인 자산을 거래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파급효과가 있나: 미국 중산층 소액 투자자들이 부자들에게만 국한된 자산의 지분을 매매할 수 있다. 반면, 투자은행과 다른 중개인들은 일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잃을 수도 있다.

▲코인베이스의 주요 인물들

-에밀리 최 Emilie Choi(기업 및 사업 개발 부사장): 링크트인에서 잔뼈가 굵은 최 부사장은 IT기업 인수합병 전문가이다. 그녀는 코인베이스가 10여 개의 소규모 블록체인 및 금융 기업을 인수,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발라이 스리니바산 Balaji Srinivasan(최고기술책임자): 스리니바산은 올 봄 코인베이스가 자신이 설립한 암호화폐 스타트업 언닷컴을 인수하면서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증권형 토큰 전문가다. 코인베이스는 이 기술이 블록체인 기반 투자시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번역 박정호 parky1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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