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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부족한 국공립유치원 '공영형'이 답?

국공립식 지원+정부 감독…공공성 강화

"교육의 질 좋아졌다" 학부모 95% 만족

정부 "3년 안에 국공립 40%로 늘릴 것"

공영형 사립유치원인 한양제일유치원 교사가 지난달 31일 원아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욱기자




“갈수록 원아 수가 줄어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돈으로 환경과 교사 처우를 개선도 할 수 있게 됐죠. 반면 학부모들은 월 16만원씩 내던 부담이 4만원 정도로 줄어들어 유치원과 학부모 모두 부담을 덜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양제일유치원에서 만난 이인옥 원장은 “아이들이 전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양제일유치원은 지난해 3월부터 ‘공영형 사립유치원’으로 지정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교육청 지원을 통해 불편했던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바꾸고 오래된 주방기구들을 모두 교체했다. 창고처럼 사용하던 다락방도 도서실로 바꿔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원장은 “1,000만원 이상의 예산투입은 일반 사립유치원 재정 상황으로는 불가능했다”며 “교육청의 지원으로 호봉이 높은 교사도 채용할 수 있게 됐고 원아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교사가 오면서 교육의 질 자체도 달라졌다”고 만족해했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교육당국이 내놓은 다양한 해법 중 하나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국공립유치원 수준으로 지원하는 대신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는 형태다. 일종의 ‘절충형’인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전국 최초로 2곳을 지정해 운영하기 시작한 공영형 유치원인 ‘더불어키움 유치원’은 학부모의 95.4%가 만족감을 드러내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2곳을 더 지정해 운영 중이며 대구시교육청도 1곳이 선정됐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법인화를 유도하기 위해 공영형 유치원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사인(私人)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구조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보고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계획이다. 부지 확보와 예산 마련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당한 만큼 지역별 사정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유치원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계획을 최소 1년 앞당겨 오는 2021년까지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좋지만 장애물도 산더미다. 부지·예산 확보의 어려움뿐 아니라 기존 사립유치원들의 ‘사유재산권’ 주장도 해결할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국공립 확대’ 자체에만 집중할 경우 자칫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형태의 유치원만 크게 늘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부모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단설유치원의 경우 하나를 짓는 데 평균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모든 자치구에 단설유치원 하나씩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부지와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부지는 부족하고 원생이 많은 지역은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기존 학교의 유휴교실을 활용하는 병설유치원의 경우 늘리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지만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낮다.

공영형 유치원 형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 개인 원장들이 재산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 때문에 참여율이 높지 않은 상태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유아교육의 상당 부분을 사립유치원에 의존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재산권을 포기하고 교육자 책무를 지키라’는 식으로 나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공영형 유치원으로 전환하려면 법인 전환을 해야 하는데 그 경우 개인이 투자한 토지와 건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게 된다. 그냥 뺏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재산권 문제는 정부와 사립유치원 사이에 가장 크게 마찰을 빚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공적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형태는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특정 형태에 대한 선호나 불만, 사립유치원과의 협조 부분 등은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적절하게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산권 문제는 개별 원장들이 유치원 설립 인가를 받을 때 교사와 부지를 교육활동에 활용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진동영·서종갑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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