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떤 순간은 음악으로 기억된다.
대학입학을 며칠 앞둔 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전거를 끌고 성긴 눈발 날리는 캠퍼스를 찾았다. 방학기간이라 텅 빈 교내에서는 에릭 칼멘의 ‘All By Myself’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애초에 몰랐던 곡도 아닌지라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었지만 차가운 페달링, 낯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돌며 이어졌던 공명(共鳴)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호처럼 생생히 남아있다.
1949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 에릭 칼멘(Eric Carmen)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에 삽입된 ‘Go All The Way’ 등 여러 히트곡으로 70년대 전반을 풍미했던 밴드 ‘래스베리스’ 멤버로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19474년 그룹에서 탈퇴해 솔로로 변신한다.
‘All By Myself’ 는 1975년 에릭 칼멘의 솔로 데뷔앨범 ‘Eric Carmen’의 4번 트랙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Adagio Sostenuto’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같은 앨범에 실린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 역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 Adagio를 차용했다.
담담한 보컬과 피아노 솔로로 시작되는 ‘All By Myself’는 후반부로 갈수록 혼자 남은 이의 서글픈 독백과 오케스트레이션의 하모니가 절정을 이룬다. 같은 해 12월 4분 20여 초로 편집된 7인치 싱글로 발매돼 빌보드 Hot 100의 2위, 캐나다 3위, 뉴질랜드 6위, 호주 7위, 영국 12위 등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됐지만 1996년 셀린 디욘의 커버가 대중들에게는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풋풋한 르네 젤위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2001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삽입되기도 했다.
/박문홍기자 ppmmhh6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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