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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40년 전과 지금의 한국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지난 1975년 미국 투자회사의 한 애널리스트가 한국에 오게 된다. 우연히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온 그는 한국 주식의 엄청난 기회에 감탄하게 됐고 1984년 스커더에서 코리아펀드를 설립해 뉴욕거래소에 상장하게 한 당사자이다. 니컬러스 브랫이 그의 이름이고 나의 옛 친구이자 상사였다. 40여년 전 그가 쓴 한국 방문 기록이 흥미롭다. 세계에서 가장 싼 주식시장인데 한국 투자자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면서 한국에도 똑같은 운용철학을 적용했다. 기업 방문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장기 투자철학을 실현했다. 내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15년 동안 회전율이 15%를 넘지 않았다. 즉 평균 보유기간이 7년 이상이다.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연평균 11%의 초과수익을 냈다. 코리아펀드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아르헨티나펀드·타이펀드·필리핀펀드 등 국가 펀드 탄생의 시금석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40년간 한국 주식이 매력적인 시장이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1987년 코스피지수는 1,000을 넘었지만 3년 반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고 450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 후에도 한국 증시는 여러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주식시장은 꾸준히 오르려는 관성이 있다. 상장사들이 꾸준히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 주식 가격이 그 회사들의 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경제위기로 주식시장이 또 한 번 크게 하락했을 때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공포에 떨 때 나는 코리아펀드의 펀드매니저였다. 당연히 내가 운용하던 펀드의 규모가 크게 축소됐고 수익도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의 불평은 거의 없고 월스트리트에서 많은 투자자의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단기간의 주식시장 변화보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알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투자한 많은 외국인은 큰돈을 벌게 됐지만 국내의 많은 사람은 외국 투자가들을 일명 ‘먹튀’라고 비난했다. 왜 우리는 위기 때 우리 주식을 외면했을까.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준다. 약 10년 전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왔을 때 모든 증시가 폭락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증시는 회복됐다. 결국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주식은 그 가치에 수렴한다는 간단한 진리가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의 투자문화가 40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내 생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기업의 가치를 보기보다 단기적인 그래프에 의존하고 단기 매매를 주식 투자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인들이 판다고 아우성치면서도 막상 한국인들은 사려고 하지 않는다.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기관투자가들조차 한국의 비중을 줄이고 외국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다. 퇴직연금 등의 한국 증시 비중은 거의 없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한국에 더 많이 투자돼야 한다. 많은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와 새로운 기업들이 상장하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출현해야 한다. 일자리도 창출되고 경기가 활성화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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