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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미국의 또 다른 후퇴조짐

트럼프 아세안회의 등 불참

권역국가와의 연합·협력 포기

"무역전쟁 자유세계 약화시켜"

88년 레이건 경고 되새겨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1기 전반부는 한눈을 팔기 쉬운 요란스러운 서커스 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목해야 할 더 큰 결과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지난주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세 건의 모임을 살펴봐야 한다.

아시아 주요국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막을 올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는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극히 보기 드문 권력 이동 앞에 고심하고 있는 역내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처할 방법을 찾으려면 현재 세계의 슈퍼파워로 군림한 미국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은 실종 상태였다. 트럼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트럼프는 자신을 대신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파견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싱가포르 혹은 파푸아뉴기니 중 한 곳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두 곳을 모두 방문했다. 트럼프를 제외하면 회원국 정상 전원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얘기다.

아세안 회의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이 스스로 밝혔듯 미국은 아시아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하는 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역내 국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하듯 미국은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아시아라는 마당 전체를 자발적으로 베이징에 넘겨주고 있다.

미국은 시간을 내 이 지역의 모임에 참석하고 어젠다를 결정하며 권역 국가들과의 연합을 강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포기한 상태다. 트럼프의 이 같은 관심 결여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권력 이동과 맞물려 역내 국가들의 두려움을 가중시킨다.

우리는 대아시아 교역에서 미국의 뒷걸음질로 대변되는 트럼프 효과를 목격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아시아 권역의 번영과 협력을 추구하는 두 개의 메커니즘으로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중국 주도의 시스템에 대안을 제공한다는 TPP의 목적이 무색해졌다.

중국을 포함하는 RCEP의 또 다른 목적은 아시아 경제를 개방하고 역내 교역 및 교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24차례의 협상에도 대안기구 구축의 모멘텀은 둔화하고 심지어 아예 정지해버린 듯 보인다.



인도는 중국산 수입품들로부터 자국시장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다른 역내 국가들은 인도 서비스 산업의 진입을 막으려 애쓰고 있으며 모든 국가는 세계의 슈퍼파워인 미국이 무역협상으로 얻으려는 것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나는 얼마 전에 쓴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한 교역 시스템을 제대로 짚었고 베이징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 역시 옳았다고 지적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거론한 본능적인 교역 반대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한 연설에서 “교역을 하지 않으면 막대한 액수의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릇된 주장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개리 후프바우어와 루시 루 연구원의 계산에 따르면 1950년 이후 계속된 무역 확대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에 이르러 2조 1,000억달러가량 늘어났다. 1인당 7,014달러, 1가구당 1만8,131달러가 늘어난 셈이다.

인도 정부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올리려고 시도하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인도는 자신의 과거 역사를 완전히 망각한 듯 행동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 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과거 수십 년 동안 고율의 관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 조잡한 상품들, 만연한 부패와 경제적 정체로 나타났다.

이에 인도는 1990년대 초반 관세 인하와 규제 철폐를 단행하면서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두 번째로 빠른 주요 경제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억5,000만여명을 극단적 빈곤에서 건져냈다. 그럼에도 인도 정부는 ‘인도 사회주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걸까.

인류 역사에서 교역이 국가의 소득과 생활 수준을 높여준다는 견해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친 아이디어도 드물다.

교역은 과거 유럽에서 그랬듯 앞으로 아시아에서도 국가 사이의 협력을 증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미국 지도자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점을 분명히 이해했다.

이와 관련해 1988년 로널드 레이건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미국 국기를 흔들어대며 우방국들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려고 준비하는 냉소적인 선동가들을 경계해야 한다. 무역전쟁은 우리의 경제와 국가안보는 물론 자유세계 전체를 약화시킨다. 국제 경제의 확장은 해외 침략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힘써 달성한 미국의 승리이자 우리의 비전인 평화롭고 번영하는 자유세계의 핵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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