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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무역전쟁 이후를 준비하자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 서로 치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스릴과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만큼은 마냥 한가로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게 우리 처지다.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게 아니라 계산기를 꼼꼼하게 두드려가며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확한 계산서를 뽑아야 한다.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어느덧 8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무역전쟁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는 말처럼 양국 모두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1·4분기의 6.4%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호황에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미국 증시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양국의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 특히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주요2개국(G2) 수출 의존도는 40%에 가깝다. 그렇다고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의 대비책으로 우선 주목할 것은 중국의 시장개방 확대 움직임이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향후 15년간 40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4경5,000조원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무역전쟁이 확대되면서 중국 시장의 문호도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 과정에서 우리 전략과 포지셔닝을 새롭게 짜야 한다.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노리는 목표 중 하나가 중국을 GVC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첨단기술을 막아 중국의 산업 고도화를 억제해 기술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과 중간재를 제공해줄 새로운 공급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중국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혁신이다. 중국의 기술 추격을 따돌리고 중국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를 통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제조 강국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유수불부(流水不腐)’라는 말이 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힘차게 흘러 큰 바다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중 무역전쟁 이후를 직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한다면 한국 무역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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