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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건, 30여년만에 진상 규명될까

문무일 총장, 대법에 비상상고 신청

과거판결 문제 있었다는 결론 나와도

확정된 무죄 효력자체는 바뀌지 않아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피해생존자 모임 회원들이 지난 2017년 9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앞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참혹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지만 관련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던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이 30여년 만에 대법원 재판을 통해 이뤄진다.

대검찰청은 20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관련 피해자들을 작업장에 가두고 강제로 노역에 종사시키고 가혹 행위를 한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검찰은 “위헌인 내무부 훈령 410호가 적법하고 유효함을 직접적 근거로 삼아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확정판결은 심판의 법령위반이 있는 경우로서 비상상고의 대상이 된다”고 신청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부랑인을 임의로 단속할 수 있게 하고, 수용인들의 동의나 수용기한도 없이 수용시설에 유치하도록 한’ 내무부 훈령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 훈령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다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훈령이 법률의 위임 없이 만들어진 훈령이고, 부랑인 등의 개념이 극히 모호하며, 수용자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고, 법에 근거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 적법절차 원칙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지난 9월 13일 재수사가 진행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문 총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일종의 수용시설처럼 운영됐던 형제복지원은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봐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513명이 사망했고, 주검 중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근처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몰래 팔리기도 하면서 시신조차 찾지 못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987년 박 원장에 대해 수사를 벌여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박 원장이 지난 2016년 사망할 때까지 1,000억원대의 자산가로 부유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개혁위는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박 원장 등이 원생들에게 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이 형사소송법상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규정한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에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이후 문 총장이 권고를 수용해 비상상고를 청구하면서 형제복지원 재판이 열렸던 1987년 이후로는 31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때로부터는 29년 만에 대법원의 사건 심리가 다시 이뤄진다.

다만 대법원 심리를 통해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의 효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판결이나 소송 절차에서 위법이 발견됐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인 비상상고는 원심이 증거 등을 부당하게 판단해 생긴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거나 적용된 법이 위헌으로 결정됐을 때 진행하는 ‘재심’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이 검찰의 비상상고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무죄를 선고한 원 판결을 파기할 수는 있지만, 이미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에게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재심과 다르게 비상상고는 유·무죄는 물론이고 면소·공소기각 등으로 확정된 판결도 대상이 된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박 원장 등의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라고 본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심판’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비상상고된 사건은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된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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