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원의 연구과제 중심 연구비 지원 시스템(PBS)은 프로그램 중심 시스템, 즉 과제 중심이 아닌 사업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원광연(사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업은 출연연 기관장과 수탁과제를 주는 부처 장관이 협약을 하고 그 틀 내에서 큰 사업은 출연연에서 진행하는 것이 낫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렇게 해야 출연연의 자율성이 커지고 기관장의 운영도 쉬워지며 인건비 문제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N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출연연이 단기 현안·이슈에 매달리게 만드는 PBS의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 과학기술 25개 출연연은 기관마다 비중 차이가 있지만 평균 절반가량을 정부와 민간에서 과제를 따 인건비로 충당하며 고유 업무에 소홀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원 이사장은 “기관들로부터 역할과 책임(R&R)을 제출받아 고유 업무는 출연금으로 하고 그 외에는 수탁으로 해야 한다”며 “다만 출연연에서 고유 사업으로 제시한 것을 다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원 이사장은 최근 잇단 사고와 기관장의 조기 사직으로 논란이 된 원자력연구원 문제와 관련해 “원자력연구원이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주위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상황에서 원자력연구원을 분할해 일부 기능을 교외로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도 개인적으로는 원자력의 연구 기능 중 위험한 부분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희망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화재, 연구용 원자로(하나로) 고장 등으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통·폐합이나 이전에 대해 계획된 것이나 태스크포스팀(TFT)은 없다”면서도 “원자력 연구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현 상황에서는 연구를 확장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하재주 전 원장이 임기 16개월을 남기고 사퇴한 것에 대해서는 “탈핵 등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하며 주민과 시민단체와의 소통이나 대응이 너무나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최근 ‘와셋’과 ‘오믹스’ 등 해외 해적학회에 참가한 출연연 관계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논란에 대해서는 “그 이상 어떻게 징계하나, 오히려 가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해외 부실학회에 2회 이상 참가한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자 33명 중 2명만이 정직 이상 중징계를 받아 국민 정서와 괴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25개 과기 출연연의 단일 법인화라는 오래된 이슈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통합은 불가능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 같이 하면 좋을 업무 30여가지를 도출해 통합 작업을 하고 있다”며 “출연연과 대학·기업이 같이 하는 융합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출연연마다 각각 감사가 이뤄지는 것을 2년 내 통합 감사 시스템을 구축해 개선하고 조만간 출연연 공동 출입증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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