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주말 동안 일상이 멈췄던 서울 중서부권은 월요일인 26일 일상을 되찾은 듯했지만, 여전히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KT 아현지사가 있는 충정로 주변만 봐도 여전히 통신 장애로 인터넷이나 카드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PC방·카페가 여럿 있었다. 충정로의 한 PC방 겸 카페는 출입문에 붙인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인터넷 장애가 발생해 현재 영업이 불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사흘째 떼지 못했다. 이 PC 카페는 커피와 식음료는 정상 판매 중이라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PC게임을 하러 오는 단골이 주 영업 상대여서 사흘째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매니저 이 모(38) 씨는 “주말 매출 비율이 높아 타격이 크다”면서 “게임을 하러 왔다가 되돌아간 단골이 많아서 단골이 끊길까 걱정”이라면서 “주말 매출 비중이 높아 타격이 크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KT에 언제쯤 복구되는지 문의했는데 ‘곧 된다’는 대답만 할 뿐, 정확히 언제쯤 복구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현금 결제와 계좌이체로만 커피값을 계산하다가, 오후 돼서야 겨우 카드결제가 복구됐다. 이 카페 사장 김 모(44) 씨는 “KT 직원이 오후 1시께 가게에 와서 조치해준 뒤로 카드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오전에 손님 몇 명이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는 교내 KT망 장애로 포털시스템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바일 학생증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평소 모바일 학생증으로 중앙도서관을 출입하던 학생들이 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도 아직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점포가 곳곳에 있었다. ‘KT 통신 장애로 인해 계좌이체,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를 붙인 한 분식점에서는 “우리 집은 아직 복구가 안 돼서 오후에 기사님이 손 봐주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드결제가 가능해졌다는 점포들에서는 “주말 동안 장사를 거의 못 했다”고 토로했다.
숙명여대 앞의 한 분식집 주인은 “요새 학생들 대부분 카드를 쓰는데 카드결제가 안 된다고 하니 발길을 돌리더라. 고깃집 같은 큰 가게에서는 더 난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카드결제 시스템이 복구된 점포들은 주말 동안 타격을 입은 매출을 메우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결과, 26일 오전 기준으로 무선회선은 84%, 인터넷은 98% 복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께 KT 아현지사 화재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통신이 끊겼던 지역에 살거나 회사가 있는 시민들은 ‘혹시나 또’ 하는 마음에 현금을 준비했다. 직장인 이 모(33) 씨는 “카드결제가 안 되는 점포에서 계좌이체로 돈을 받는다길래 번거로울 것 같아 현금을 미리 뽑았다”며 “이제라도 카드결제가 되는 곳이 많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피해지역 주민 가운데 인터넷·TV에 휴대전화까지 모두 KT여서 ‘디지털 이재민’이 됐던 이들은 “주말인데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김 모(38) 씨는 “인터넷은 일요일 저녁에 복구됐지만, 전화는 주말 내내 불통이었다”며 “어제 오후에는 서대문구에 있는 커피숍까지 가서 급한 업무를 처리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전화는 오늘 아침까지 복구가 안 됐지만 마포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니 전화가 잘 된다. 이제야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했다. 공덕동에 사는 김 모(30) 씨는 “일요일 밤 12시가 다 돼서야 인터넷과 TV가 복구됐다”면서 “이참에 미뤄뒀던 책이나 읽을까 싶어 펼쳐봤는데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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