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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보여줘" 가정폭력범 무단접근 이젠 '징역형'

여성가족부·경찰청 등 부처 합동 대책 발표

"피해자가 도망다니는 현실 다신 없어야"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단체 등이 지난해 11월 경찰청 앞에서 가정폭력 피해 쉼터에 난입한 가해자를 방관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다은기자






#지난해 11월 2일 서울의 한 피해자보호시설에 한 남성이 찾아왔다. 가정폭력 가해자인 그는 피해자 보호 지원 활동가들이 말리는데도 막무가내로 시설에 들어와 “아이 얼굴을 보여 달라”고 소동을 피웠다. 경찰에 신고전화가 빗발쳤지만 경찰은 남성을 쫓아내거나 경찰서로 데려오지 않고 10m 가량 떨어진 곳에 남성을 방치했다. 결국 활동가들이 현수막으로 가해자 시야를 가리고 피해자들을 차에 태워 대피시켜야만 했고,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단체들은 이튿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언제까지 가해자 편을 들 예정이냐”고 울부짖었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재범과 협박, 이를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불과 1년 전까지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가정폭력사범의 활동범위에 좀 더 무거운 족쇄가 채워진다. 정부가 위 사건처럼 법원이 명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처벌을 받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법무부, 행정안전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여성단체가 요구했던 경찰 초동조치 강화와 가해자 엄중대처, 피해자 신변 보호 등을 조목조목 대책에 담았다.

우선 가정폭력을 저질러 법원이 접근금지명령을 내린 가해자가 또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하려 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현행 가정폭력법은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매겨 행정처분을 하고 있으나 이를 형사처벌로 바꿔 처벌 수위를 강화한 것이다. 가정폭력 112 신고이력도 보관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현장종결된 사안도 기록을 철저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즉시 붙잡을 수 있도록 경찰관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상 경찰관의 역할이 폭력행위 제지와 피해자-가해자 분리에 그치다 보니 경찰관들도 행동 범위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실제로 위 사건의 경우 경찰관들이 “가해자 의사에 반해 체포할 법령이 없고 임의동행은 구속력이 없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2차 범죄를 막기 위해 ‘자녀 면접교섭권’도 제한한다. 가해자들이 ‘아이를 보러 왔다’는 핑계로 피해자가 대피 중인 장소에 찾아오거나 일방적으로 만남을 시도하려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행법에 규정된 ‘피해자보호명령’ 유형에 ‘자녀면접권 제한’을 추가하고 피해자가 원한다면 1년까지도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미뤄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도 손 본다. 가정폭력이 심하고 재범의 우려가 높은 가해자가 상담 대상에서 빠진다. 상담을 받겠다고 약속한 가해자가 법정을 나서자마자 피해자를 찾아 협박하거나 보복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정부는 가정폭력에 수년 간 노출돼 자립이 어려운 피해자들도 돕는다. 가정폭력 피해자 대상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신설해 내년부터 3~4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폭력피해이주여성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입소한 후에 퇴소 할 경우 내년부터 1인당 5백만 원 내외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찾아가는 현장상담’과 보호서비스를 강화하고, 체류문제 등 복합적 문제를 겪을 수 있는 폭력피해 이주 여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비인권적 폭력행위가 더 이상 ‘가족유지’의 명목으로 합리화되던 시대를 끝내고 피해자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라며 “지금도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노출된 폭력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꼭 피해상담을 받고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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