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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이대로 가면 GE꼴"…문어발 경영 잘라내는 제조 공룡들

■글로벌 제조기업의 이유있는 '다운사이징'

기관차부터 금융까지 손댄 GE

시너지 없고 산더미 빚만 떠안아

'돈되는 일 다한다' 위험성 경종

UTC, 오티스·캐리어 떼내고

다우듀폰은 2년 걸쳐 3개사로

허니웰도 난방·제트엔진 분할







“복합집단 형태의 기업은 구식이 됐다(Conglomerates are out of style).”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제조그룹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가 오는 2020년까지 3개사로 분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미 CNN방송은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이렇게 표현했다. 1934년 7월 창립 이래 몸집 불리기에 주력해온 UTC의 분사 결정은 ‘선택과 집중’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일부 기업에만 닥친 극단적 현실이 아니라 비대해진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제조사이자 126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몰락을 지켜본 미국의 거대 제조사들은 ‘더 이상 문어발식 사업이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깨닫고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UTC의 경우 지난해 방향 전환을 선언할 때까지도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들에 대항하기 위해 덩치 불리기에 주력한 대표적인 회사였다. 특히 2014년 그레고리 헤이스 최고경영자(CEO)가 항공장비업체 인수합병(M&A)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한층 활발해졌다. 2012년 항공장비업체 굿리치를 180억달러에 사들인 UTC는 지난해 항공 업계 사상 최대 거래(230억달러)인 록웰콜린스 인수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확대일로를 걸어온 UTC는 올 10월 중국 당국이 록웰콜린스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 분사를 검토하겠다고 돌연 발표했다. UTC 이사회는 몸집을 줄여 주가를 띄우라는 헤지펀드들의 공격에도 항공엔진 개발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금흐름이 좋은 엘리베이터와 환경제어시스템사업을 끌어안아 왔지만 엘리베이터 판매가 정체되고 UTC 주가가 경쟁사들에 미치지 못하자 결국 입장을 돌렸다. 지난달 23일 중국 당국의 록웰콜린스 인수 승인이 떨어지자 UTC는 분사를 공식화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캐리어(에어컨·공기청정기)를 떼어내는 대신 항공기 엔진 제작사 프랫앤휘트니와 항공 시스템 전문기업 록웰콜린스를 회사 전면에 내세운다는 내용이다.

UTC의 결정은 근래 들어 줄을 잇는 전통 제조그룹들의 분사 선언 중 일례일 뿐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는 자동화 제어기기로 유명한 허니웰인터내셔널이다. 이 회사는 데이브 코트 전 CEO가 14년간 사업 확장에 몰두한 결과 고무장화, 온도제어장치, 항공 엔진 등 회사의 정체성이 모호할 정도로 사업 범위가 넓어졌다. 2016년에는 경쟁사인 UTC에 합병을 제안할 만큼 인수 욕심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바통을 이어받은 다리우스 아담치크 CEO와 이사회는 한 달간 사업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끝에 2018년 말까지 가정 난방·통풍 제어시스템과 제트엔진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허니웰은 지난달 말 가정 난방 제어사업체인 레지데오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해 뉴욕증시에 분할 상장했다.

신생IT업체 도전에 재편 불가피



헤지펀드들도 앞장서 분사 압박



지난해 9월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합쳐져 탄생한 다우듀폰에서도 분사가 한창이다.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회사는 2015년 12월 합병을 발표하는 동시에 합병회사를 2년에 걸쳐 3개사로 분할하겠다고 선언했다. 농업, 재료과학, 영양 및 전자공학 기반 특수제품사업을 나눠 각 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겠다는 것이다. 다우듀폰은 헤지펀드 트라이언이 재료과학사업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걸고넘어지면서 아직도 분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한 지붕 아래 여러 사업을 거느린 복합기업은 산업계와 투자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경영 형태였다. 판매망을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고 특정 산업이 쇠락하면 사업 비중을 조절해 불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GE의 쇠락을 계기로 미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몸집 줄이기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가전·항공에 이어 주력 업종과 동떨어진 금융에까지 손을 댔던 GE는 구조조정을 위해 모태 사업인 전구사업을 접고 핵심 성장동력인 헬스케어사업을 분사하는 등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된 것도 모자라 111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련의 과정은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전략의 위험성을 만천하에 일깨우는 경종이 됐다. CNN은 “GE는 영화·전자레인지·모기지대출·MRI기계·기관차까지 모든 사업에 손을 댔고 결국 산더미 같은 빚을 떠안았다”며 “투자자들은 GE로 대표되는 복합기업 모델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는 제조사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대를 저지하는 최전선에 섰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경영이 방만해지고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분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GE·UTC·허니웰·듀폰은 모두 월가 헤지펀드의 압박에 못 이겨 분사를 택한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CFRA리서치의 짐 코리도어 연구원은 “대기업이 집단경영 방식에서 도움을 얻기보다는 방해받는 측면이 더 크다”면서 이러한 지적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복합기업의 분할 선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넷플릭스 등 신생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도전이 나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상당수 대형 제조사들이 사업 재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11년 전자타자기 제조사에서 클라우드 주도 업체로 성장한 IBM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경제매체 나스닥은 여러 대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IBM을 포함한 다른 집단들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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