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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DJ 레이든]밀레니얼세대 눈귀 사로잡은 EDM 아티스트..."아시아도 좁다"

파티에서 청각의 역할은 절대적

사람들 숨겨진 에너지 끌어내

한국서도 EDM문화 점점 발전

기업·브랜드 행사 초청 많아져

록에 빠져 한때 日밴드 멤버 활동

친구따라 클럽 갔다 디제잉 배워

亞 DJ 첫 'UMF' 오프닝무대 맡아

국내 최초로 '투모로랜드' 진출

평창올림픽 폐회식 공연도 참여

프리미어리그 뚫은 박지성 처럼

세계적인 스타 반열 오르고 싶어





‘이 직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음악적으로 뛰어나야 하고 곡을 잘 써야 한다. 거기에다 몇 시간씩 뛰어도 버틸 만한 체력이 있어야 하고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성격에 멀끔한 외모까지 갖추면 최고다. 이 직업은 뭘까.

아이돌? 싱어송라이터? 바로 ‘DJ’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디제잉과 ‘빨간 기타’ 퍼포먼스로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청년, DJ ‘레이든(31·본명 한석현)’이 내린 이 직업에 대한 정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무대도 비좁을 정도로 빠르게 세계 일렉트릭댄스뮤직(EDM) 무대를 장악하는 DJ로 성장하고 있는 레이든을 최근 서울 도산공원의 애술린라운지에서 만났다.

그를 처음 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순한 분위기를 풍기는 홑꺼풀 눈과 살짝 내려간 눈꼬리였다. 그의 표현대로 ‘미친 음악’을 트는 EDM 페스티벌과 상반되는 인상으로 그는 “평소에 얌전하고 수줍은 성격이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금세 섹시해진다”고 말했다. EDM이 숨겨놓은 원초적 본능을 깨우는 메타포가 되는 셈이다.

◇세계무대 노크하는 DJ 레이든=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레이든은 한국의 대표 DJ 중 한 사람으로 세계무대에서 굵직한 역사를 써왔다. 지난 2013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에서 아시아 DJ 중 최초로 오프닝 무대를 맡았고 지난해 5월에는 국내 DJ 중 최초로 세계 EDM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인 ‘투모로랜드’에 진출했다.

이 같은 화려한 전력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레이든은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2013년 UMF 마이애미는 UMF 코리아를 하다 연줄이 닿아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투모로랜드 페스티벌은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크루즈 파티에서 3일 연속 디제잉을 하다 그걸 본 네덜란드의 유명 DJ 듀오 ‘서너리 제임스’가 제 음악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페스티벌에 초대받았고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가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막식을 DJ가 맡았고 유로 2016의 주제곡에는 EDM으로 유명한 DJ 데이비드 게타가 참여한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이런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제안서를 준비해 개폐회식 예술감독단 측에 전달했고 지난해 UMF에 장유정 부감독 등 실무진을 초대해 EDM을 체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의 참여가 확정됐고 여기에 세계 1위 DJ 마틴 개릭스도 참여해 그의 디제잉과 레이든의 기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라이브 퍼포먼스’ 무대가 꾸며졌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 헐리우드의 한 유명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에서 열린 ‘현대 스타일 나잇’에서 레이든이 메인 DJ로 공연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


◇日 밴드 기타리스트 하던 청년, 일렉 DJ가 되기까지=중학교 때 오락실에서 드럼 게임을 접한 뒤 홀딱 반한 그는 자연스럽게 록에 빠져 어느새 기타를 잡게 됐다. 대학 때문에 건너간 일본에서도 졸업 후 ‘블랙마켓잼’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일본에 간 것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일본어를 배우며 접한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빠져 직접 공부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는 것이 바로 와 닿았다. 처음에는 전자음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강한 록 음악과 EDM이 비슷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 ‘핫’한 장르에 빠지게 됐다. 2011년 EDM이 뜨기 시작한 한국에 돌아와 DJ를 하던 친구를 따라 클럽에 갔고 여기서 디제잉을 배웠다.



이제 그의 직업은 정확히 DJ 겸 프로듀서다. 두 직업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를 이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DJ들에게 테크닉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창의성이 더 중요해져 음악을 프로듀싱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프로듀서로 영감을 얻어 만든 DJ들의 창작곡이 발매돼 해외 팝시장에서 1등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작곡을 해 ‘기본기’를 갖춘 DJ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도 신곡을 빠짐없이 체크하는 등 매일 2~3시간을 음악을 듣는 데 할애한다. 이렇게 해서 아는 노래만도 수만 곡이다.

◇“우리나라 EDM 문화, 이제 시작”=최근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가수보다 DJ를 섭외해 참가자들을 디제잉 부스 앞에 서게 한 뒤 순간적으로 흥을 폭발시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선진국 파티의 대부분은 EDM 뮤직을 기반으로 한 디제잉 파티다. 디제이가 중요한 것은 파티의 지휘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각·청각과 미각이 어우러지는 파티에서 청각이 분위기를 가장 많이 컨트롤합니다. 사람들의 숨겨진 에너지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죠. 어떤 사람들은 이를 ‘미친다, 논다’고 하는데 이렇게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게 도와주는 DJ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아티스트’로 불리기를 더 원하는 눈치였다.

우리나라 디제잉 시장이 커지기 위해 필요한 것도 열거했다. 미국에서는 라디오에서 히트하면 곧바로 월드스타가 되는데 한국의 경우 인터넷에서 신곡을 많이 노출해야 인지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멜론 등 유수 음원 사이트에서 EDM은 메인 카테고리가 아니라서 대중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한국 페스티벌 문화가 점점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다양한 클럽이 생겨나고 주말마다 몰려드는 인파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공연을 하다 보면 한국인들의 흥이 제일 많은데 막상 이를 표출할 기회는 잘 없다”며 “공연 전 참가자들을 둘러보면 대부분 직장인·모범생들인 것 같은데 막상 무대가 시작되면 이들이 ‘음악에 미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 통합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순한 인상을 가진 청년의 도발은 인터뷰 말미까지 이어졌다. “EDM을 팝 시장으로 가져온 데이비드 게타처럼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르고 싶어요. 박지성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를 뚫었듯이 앞으로 나올 후배 DJ들을 위해 해외 진출의 길을 제가 닦아주고 싶습니다. 음악에 대해 연륜이 더 쌓이면 50세까지는 끄떡없을 것 같아요.”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He is

△1987년 서울 △2013년 아시아 DJ 최초 ‘마이애미 UMF’ 오프닝 무대 디제잉 △2017년 국내 DJ 최초 EDM 페스티벌 ‘투모로랜드’ 진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무대 공연 △2018년 현대차 팰리세이드 ‘스타일 나잇’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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