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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새로운 국제질서 태동과 우리의 대응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무역에만 국한됐던 미중 분쟁
군사·이념 분야로 확전 가능성
기존 질서 해체되는 혼란기 맞아
韓, 체제 강화 통해 활로 넓혀야

  • 2018-12-02 16:47:05
  •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새로운 국제질서 태동과 우리의 대응

파국이냐, 휴전이냐, 종전이냐. 전 세계의 눈이 아르헨티나에서 주요20개국(G20) 기간에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의에 쏠렸다. 2018년에 미중은 브레이크 없는 가속 페달을 밟는 듯 무역분쟁을 확대해왔다. 세계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현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고 있는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무역분쟁이 더 확대된다면 어느 누구도 그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 세계 경제가 하강하는 국면에서 중국이 지닌 경제·사회적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돼 정치적 안정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크게 가중돼 친트럼프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할 개연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뉴욕타임스(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같은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중 간의 타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왔다.

국제정치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은 90일간의 추가협상이라는 일시적인 타협은 이뤘으나 종전은 어려워 보인다. 상호 신뢰의 부재와 세력전이 현상에 따른 갈등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향후 경제 전반, 전략적인 차원, 군사적인 차원은 물론이고 이념적인 차원에까지 경쟁과 충돌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 주석이 제안해 이미 추진하고 있는 세계전략인 ‘일대일로 구상’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구상’을 제시했다. 현재는 경제 전략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곧 중국을 억제하는 안보적인 내용을 채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태평양사령부는 이미 그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했다.

미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금지협정(INF) 탈퇴는 중국의 접근저지·영역거부(A2AD)전략에 대응하는 성격이 대단히 짙다. 둥펑 21-D와 같은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역량은 유사시 미국 항모의 일본·대만·한반도 근해로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 이를 무력화하는 조치들이 곧 뒤따를 것이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배치 희망 지역은 아마도 괌·호주·일본 등이 될 것이다. 비록 정치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트럼프라면 한국 배치를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해 올 개연성도 크다.

향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최대로 진행될 미국의 핵·사이버우주 역량 강화 추진 역시 기존의 동북아 군비경쟁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아마도 북한 비핵화의 우선순위는 더욱 하강할 것이고 미중 군사관계를 더 긴장시키면서 한중관계 역시 극한 시험대에 들게 할 개연성이 커진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금기를 깨고 대만 문제를 미중 전략경쟁에 활용한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만의 북한화’ 현상마저 진행된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기존 대중 헤징전략은 중국에 대한 포용(engagement)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면서 우리(us)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담론들을 분석해보면 이러한 환상이 깨어지고 중국은 ‘우리’와 다른 ‘그들(them)’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제도와 가치, 글로벌한 자유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질서가 해체되고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그것은 아마도 과거의 냉전적인 질서도 아니며 미국이나 중국의 패권질서도 아닐 것이다. 미중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에서 나오는 소용돌이가 한동안은 계속 부딪치면서 굉음을 낼 것이다. 여타 국가들은 쉽사리 그 두 축에 말려들려 하지 않고 새로운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려 노력할 것이다.

기존 질서에 순응해 비교적 성공적인 경제성장과 안보를 확보했던 우리에게 이러한 세계가 진전된다면 막대한 경제·안보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도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사고, 국내 체제의 내구성 강화는 필수적일 것이다. 준비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활로 공간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대신 새로운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냉전이나 북핵 문제보다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이끌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스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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