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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찬밥 신세' 청소년 속옷 브랜드에 도전하다

10년 경력 속옷디자이너 출신 기혜진 온리원스 대표
"속옷에 대한 '나쁜 첫인상'은 청소년기 불편한 경험 때문"
시장 규모 작아 외면당했던 청소년 속옷서 가능성 발견
'엄마의 마음'으로 틈새 공략해 창업 2년만에 자리잡아
예비 창업자엔 "사업아이템 검증할 곳 찾아라" 조언도

  • 연유진 기자
  • 2018-12-03 16:57:08
  • 피플

온라인용_3일

‘불편하다, 옥죈다, 야하다.’

1년 365일 24시간을 입고 있는 ‘제2의 피부’임에도 속옷에 대해 여성들이 갖는 생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속옷을 대화의 주제로 올리는 것조차 어색하고 불편해한다. 우리는 왜 속옷에 대해 이런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된 걸까? 11월 21일 서울 잠원동 쇼룸에서 만난 기혜진 온리원스 대표는 속옷에 대한 이런 불편함이 청소년기 속옷을 만난 ‘첫인상’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제대로 사이즈를 재서 속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속옷이 늘어났는데도 그대로 입어요. 이건 속옷은 원래 이렇게 불편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속옷은 왠지 나를 구속하는 것 같고 불편하게 한다는 첫인상이 심어져요.”

주요 브랜드에서 청소년을 위한 속옷은 매장에 서너 가지 종류밖에 없는 구색 맞추기 상품에 불과했다. 시장 규모가 작아 다양한 제품을 내놓지도 않고 사이즈가 따로 없는 스포츠형 브래지어를 청소년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무관심이 ‘속옷은 불편하다’는 첫인상을 만들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기 대표는 2016년 청소년들만을 위한 속옷 브랜드인 ‘온리원스(Only Once)’를 만들었다. 온리원스의 속옷들은 성장단계에 따라 스타일과 사이즈가 세분화했고 면 소재로 만들었다. 가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성장을 방해하지 않고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찬밥 신세' 청소년 속옷 브랜드에 도전하다
성장단계에 맞춘 온리원스의 청소년 속옷 제품들/사진제공=카페24

#엄마의 마음으로 창업하다

기 대표는 2006년부터 10년간 속옷 디자이너로 일했다. 겉옷에 비해 유행의 전환이 느리지만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 끌렸다.

“도전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속옷은 단순히 예쁜 게 아니라 인체공학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겉옷은 어느 정도 오차가 있어도 허용이 되는데 속옷은 1mm 때문에 제품완성도에 차이가 나요. 1mm 오차의 싸움이에요.”

속옷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언젠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품고 일을 배웠다.

“일할 때 나중에 모든 게 다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한번 이런 일도 해보자’며 받아들이게 됐어요. 회사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됐습니다. 목표를 갖고 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늘 아이템을 고민하던 차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딸이 중학교에 올라갈 때 초경을 시작한 것이다. 초경 선물을 찾으면서 보니 마땅한 게 없었고 청소년 속옷 시장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이 시장에 뛰어들어볼까?’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엄마와 사업가의 마음이 다 맞아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주니어 시장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요. 찬밥 신세로 둔 상태입니다. 사실 저도 매출만 생각하면 주니어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찬밥 신세' 청소년 속옷 브랜드에 도전하다
기혜진 온리원스 대표/사진제공=카페24

#워킹맘 사업가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직장을 나와 과감하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두 아이의 엄마에게 시간은 늘 부족했다.

“일과 가정은 분리되는 게 아니라 엉켜있었어요. 집에 가서도 회사 일을 하고 회사에서는 집안 일을 하고. 맨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사업가는 일과 사생활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가정에 중심을 두고 일을 하다 보면 일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는데, 거기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니까 그나마 정리가 된 것 같아요.”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니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갖는 장점도 보였다. 아이들은 온리원스의 피팅 모델인 동시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저는 1차 고객이 있어요. 아이들은 피팅 모델이면서 여러 조언을 해줘요. ‘이건 마음에 안 든다, 이런 게 인기가 많더라’하는 피드백도 줍니다.”

아이들의 조언 덕분인지 브랜드는 2년 동안 쑥쑥 성장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2년 만에 직원이 2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매년 30%씩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 올해 6월 처음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고 9월에는 란제리 편집숍인 신세계 엘라코닉에 입점하게 됐다. 연말에는 온리원스의 고객이었던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입을 수 있는 성인 브랜드인 ‘마이 리틀 모멘트(My Little Moment)’도 선보이려고 한다.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찬밥 신세' 청소년 속옷 브랜드에 도전하다
온리원스에서 판매하는 초경축하 매직케이크/연유진기자

#취약계층 청소년의 성장을 응원하다

창업 초기부터 온리원스는 청소년들이 속옷과 몸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활동을 했다. 특히 2016년 ‘깔창 생리대’ 사연에서 드러난 것처럼 성장 과정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 청소년들 위한 지원과 교육에 힘을 쏟았다.

“깔창 생리대는 단순히 생리대를 못 사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들이 생리라는 게 어떠한 의미인지 모르고 깔창 생리대가 자신의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 기회가 없었다는 게 문제에요.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춘기 성과 속옷에 대한 교육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찾아다니며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연이 닿아서 ‘여아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굿네이버스에서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여성용품 구매 부담을 덜게 하려고 지급하는 ‘반짝반짝’이라는 선물상자가 있는데, 여기에 온리원스의 속옷 쿠폰과 속옷 사용설명서가 들어간다.

“처음에 무료 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나지 않았던 상황이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굿네이버스와 일하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게 돼 오히려 감사하게 됐죠. 가치를 지향하다 보면 여러 가지가 연결되면서 더 큰 기회로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2년 만에 회사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기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그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무작정 창업하기보다 객관적인 검증을 할 수 있는 곳을 거쳐봤으면 좋겠어요. 정부지원도 많고 창업에 관련된 대회도 많아요. 그런 기회를 잘 이용해서 사업계획서를 스스로 써보고 구상한 사업이 정말 매력이 있는 건지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남을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 사업에 대해 명확해지는 게 있기 때문이에요. 또 여성들은 네트워크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활동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도 있어요.”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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