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족’ 이어 떠오르는 ‘면세족.’
밀레니얼 세대인 직장인 김선영(27) 씨는 올해에만 해외여행을 5번 이상 다녀왔다. 분기별로 출국하며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기다렸다 면세점에서 구매했다. 김씨는 “직구로 사야 했던 레이저 제모기·에어팟·해외 의류뿐 아니라 생필품까지 모두 면세점에서 구매했다”며 “이전보다 면세점에 입점한 상품 가짓수가 크게 늘었고 인터넷면세점에서 쿠폰·적립금을 적용하면 시중가격의 3분의1 가격에도 구매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직구족’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일 추경호 국회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 원을 넘어서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이공의 대량 구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내국인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 여행업계는 지난해 2,650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출국자가 올해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가격에 만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직구족’에서 ‘면세족’으로 옮겨가며 대표 직구 품목이었던 소형 가전, 유아용품, 해외 럭셔리 패션들의 면세점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유아용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유아용품업체가 늘어나면서 인터넷면세점에서 유아용품은 새로운 카테고리로 급성장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 유아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45% 가량 증가했다. 유아용품 인기에 힘입어 신라인터넷면세점에 입점한 유아용품 브랜드 수도 2015년 9개에서 2016년 26개, 2017년 43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100개를 넘겼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올해 전자 부문 매출이 월평균 16%씩 성장했다. 매출 10위권 내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필립스·브라운의 고가 면도기 제품들이었다. 패션의 경우 명품 선글라스 등이 매출을 견인하며 월평균 58%씩 성장했다.
고가의 직구 품목 뿐 아니라 생필품까지 한꺼번에 몰아사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기존의 뷰티·패션 품목이 주를 이뤘던 면세점의 취급 품목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뷰티·패션 일변도였던 면세점이 ‘잡화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올해 신세계면세점 가전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셀카봉이었고 그 뒤를 가습기·혈압계 등이 이었다. 식품 카테고리 내에서 정관장 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프로바이오틱스·루테인 영양제 등을 파는 해외 브랜드 ‘세노비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업계는 소비자들이 면세점에서 찾는 품목이 다양해진 것을 두고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해외여행 빈도가 늘면서 맹점도 생겼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빈도가 늘면서 정말 고가의 상품의 경우 오히려 현지에서 구매하고 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는 경우가 늘어난 것. 한 면세점 관계자는 “초고가의 럭셔리 패션이나 가전제품 같은 경우 내국인 면세 구매 한도가 낮아 현지에서 구매해 관련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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