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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으로 본 핫토픽] ‘불수능’과 N수생 양산하는 ‘바늘구멍 정시’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겁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의 수능 난이도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불수능’ ‘수험생 멘붕’이라는 말이 나왔고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국어영역의 31번 문제는 대표적인 초고난도 킬러 문항으로 떠오르며 수능이 교사들도 풀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에 이르는 역대 최고 수준의 ‘불수능’으로 확인됐다. “스피드 테스트로 변질된 수능” “사교육 의존도 키우는 불수능”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입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2019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SKY대학생이 풀어도 잘해야 3등급… 변별력 갖추려다 괴물이 된 수능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수능을 제대로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단체 주최로 수능을 풀어본 대학생)

“이런 난이도로 1교시를 무자비하게 쓰러뜨려 2,3,4교시까지 무너지게 하는 멘탈 테스트가 수능이라면 공정한 시험인지 묻고 싶어요”(학부모)

불수능 논란이 확산되며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공교육을 통해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가 수능에 나올 경우 결국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올해 수능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학부모 마음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수능 이후 입시업체들의 전략설명회는 불수능으로 혼란에 빠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입시전문가들은 “1점 단위로 학생들을 변별해야 하는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에서는 매년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교사는 수능 맞춤형 사교육이 보편화하면서 수험생의 평균적 문제풀이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1등급서 9등급까지 모든 수험생의 성적을 줄세우기 위해선 어려운 문제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과정과 동떨어진 킬러 문제 출제를 막으려면 현행 수능의 형태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절대평가를 늘리거나 논술, 서술형 문제 등을 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숙명여고 사태 등을 겪으며 내신 위주 입시체제에 대한 불신이 더욱 강해진 학부모들이 수능 전형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절대평가 과목을 크게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수저 수시’에 ‘괴물 수능’까지…이제 재수는 선택 아닌 필수?

2018학년도 서울 4년제 일반대학 신입생을 조사한 결과 8만3,729명 중 재수 입학생(삼수 등 재수 이상도 포함)이 3만933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올해 재수 입학생 인원과 비율은 모두 수시 전형이 대입에 처음 도입된 1997년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수시 비중이 확대될수록 재수생 등 ‘N수생’도 덩달아 늘어나며 올해는 신입생 중 37%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하게 됐다. 정시 문이 좁아질수록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재수, 삼수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시는 바늘구멍이 되고 N수생들의 고득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서 변별력을 갖추어야 할 수능은 불수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시 확대→정시 축소→N수생 확대→고득점 경쟁 치열→변별력 필요→수능 난이도 상승→N수생 다시 확대’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 입시교육기관 관계자는 “학종과 학교에 불신이 커진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늘구멍이 돼버린 정시 합격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매달 수십만~수백만 원에 달하는 재수 비용도 서슴지 않고 지불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한 교사는 “수시모집 비중을 늘린 최근의 기간에 직접 가르치던 학생들의 재수 선택 비율도 늘어났다”며 “특히 자신이 좀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억울해하기 쉬운 상위권 학생일수록 그 경향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교육계에선 “수시 비중을 늘린 현 대입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과도하게 비대해진 수시와 취지를 상실한 수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수저 수시’ ‘로또 수시’가 늘어나며 ‘바늘구멍 정시’에 매달리는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재수, 삼수는 필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대입시험인 바칼로레아가 한국에 들어와도 결국은 사교육 차지가 될 것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수시 위주의 대입이 미래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선 대입 구성요소를 최대한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정시 비율을 50~80%로 늘리고 수시 비율은 20~50%로 줄이는 것도 지금의 불수능과 사교육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법기자 gb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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