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퀸(Queen)이라는 밴드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21세기에 다시 듣고 있잖아요. 19세기 음악가 쇼팽의 곡을 조성진이 다시 연주하고요. 이것이 음악의 힘이 아닐까요? 음악가로서 한 세기를 관통하는 음악을 한 곡쯤 만들고 죽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수지·이승기·슈퍼주니어 등 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줬고 여러 드라마 OST에도 참여한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는 오는 14~16일 연말 공연에 앞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015B, 토이 등 작곡 중심의 싱어송라이터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는 자신만의 서정성 짙은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덧 음악 활동 10년에 접어든 에피톤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4년 만에 4집 앨범과 함께 동명의 에세이집 ‘마음속의 단어들’로 돌아왔다. 책에는 그가 직접 찍은 사진까지 담겨 음악이 아닌 사진과 글로 드러난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출간 한 달 만에 3쇄까지 찍을 정도로 뜨거웠던 에세이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두 달이 넘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에세이집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이번 앨범과 유기적으로 엮인 ‘작업기’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과정이 담겼다”고 말했다. 책은 그가 언젠가 꼭 한 번 살아보려고 했던 영국 런던에서의 여행 이야기가 주다. 그 외에도 뮤지션으로서 진솔한 그의 속이야기, 음악이 그에게 주는 의미 등이 담겼다. 무엇보다 그의 말처럼 책과 이번 앨범은 ‘하나의 패키지’처럼 묶여있다. 책 중간중간에는 앨범 수록곡 가사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도 실려 책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첫 에세이집은 출간 직후 평일 오후에 진행된 북토크에서 추첨을 통해 참가자 200여 명을 추렸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드높았다. 그의 에세이 출간엔 우연한 일화도 얽혀 있었다. 2016년께 한 소극장 공연에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고 말을 한 것이 “책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와전되는 바람에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책을 출간하게 됐다는 것. 그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감정들을 이번 앨범과 책을 통해 다시 떠올렸으면 좋겠다”며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 ‘나도 이런 걸 싫어하는데’ 하는 마음속에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오는 14일~16일 앨범발매기념 ‘마음속의 단어들’ 단독콘서트를 연세대학교 백주년 콘서트홀에서 갖는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에세이집을 일부 낭독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제 공연은 연말 공연 중 아마도 가장 정적일 것”이라며 “연말이라고 해서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큼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와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연말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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