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하나하나가 논란거리다. 유엔사를 해체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한미 연합방위 능력은 크게 떨어질 게 뻔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우리 안보에는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시안이 2020년 이내 비핵화 완료를 전제로 남북이 군비축소에 착수한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 협의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평화협정 체결과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언급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조차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한 문제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뿐이 아니다. 협정 시안 2조를 보면 동해는 기존 북방한계선(NLL)을 사용하지만 서해 경계선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하는 안과 ‘계속 협의하되 경계선 확정 때까지 기존 NLL을 존중한다’는 안을 같이 제시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젊은이들이 피 흘리며 지켜온 NLL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NLL은 양보할 수 없는 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도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을 협정문에 넣겠다고 나섰으니 쓴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통일연구원 측은 물론 “시안이 곧 정부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책연구원이 의도 없이 이런 시안을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북한 비핵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이런 논의는 불필요한 국론 분열과 한미공조 균열를 초래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흔들림 없는 안보태세와 한미공조를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