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당협위원장 교체 리스트 발표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투톱’인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쇄신의 정도를 놓고 분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취임 후 첫 회의에 참석한 나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과 한목소리로 ‘탈계파’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탈계파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친박(친박근혜) 프레임을 씌우는 일각의 주장을 두고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계파주의를 살리려는 시도와 끊임없이 싸우겠다”고 일갈했다. 나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이 오시면서 계파 깨뜨리기가 시작됐다면 이번 선거로 계파 종식이 완성됐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조강특위의 청산작업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나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적 쇄신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저는 112명을 모시고 싸워야 하는데 군사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 이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걱정되고 그게 우리 당의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시기가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의원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인적 쇄신이 지나치면 대여 투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의견을 비대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 적기’라는 입장이다. 그는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나중에 해야 할 게 있고 지금 해야 할 것이 있다”며 “내가 비대위원장으로 일하며 강력하게 요구를 받은 것이 바로 인적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차 인적 쇄신은 이번에 하는 것이고, 2차 인적 쇄신은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총선) 공천이 3차 인적 쇄신이 될 것이고 4차 인적 쇄신은 국민의 선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내대표와의 이견과 상관없이 청산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사무총장은 오는 15일 전후로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껏 복당파 의원들이 청산작업을 주도해온 탓에 곧 발표될 교체 명단에 친박계·잔류파 의원들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의 지원을 받은 나 원내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조강특위 청산작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복당파 의원들이 반발에 나서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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