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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정보의 진화] 물리·경제학 관점서 파헤친 정보화사회

■세자르 히달고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세기 이후 각국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정보’의 개념이 세계 경제학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정보를 접목해 “가격은 상품의 수요·공급과 관련한 정보를 운반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실패(가격 경쟁을 시장에 맡겼을 때 자원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의 원인을 정보에서 찾는 학자도 있었다. 미국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는 “소비자들이 상품의 품질에 대해 각기 다른 정보를 취득하면 시장은 실패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세자르 히달고 미디어 예술 및 과학학부 교수가 쓴 ‘정보의 진화’는 물리학과 경제학의 프리즘으로 정보화 사회의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저자는 태양계가 속한 은하에는 지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별들이 수천억 개나 존재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이 특별한 것은 ‘정보’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 높이 솟은 빌딩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최신식 휴대전화도 모두 정보에 기반을 둔 상상력의 산물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정보의 산물이듯 고도화된 정보의 네트워크는 경제 성장의 필수 조건이다. 한 명이 생산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돼 있지만 다양한 사람의 정보가 연결되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수 있다.



이 책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선전과 같은 지역으로 몰리는 이유 역시 단순히 임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촘촘하게 구축된 정보 연결망을 바탕으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가 그 도시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경제 복잡성이 높고 정보의 교환을 촉진하는 제도가 잘 발달한 나라일수록 막대한 부(富)를 창출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다양한 학문적 이론과 세계 경제의 발전사를 살핀 끝에 “늘어나는 정보의 성장 원리를 이해해야 비로소 경제 성장도 이해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1만6,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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