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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되풀이되는 정치검찰의 비극

되풀이되는 정치검찰의 비극

-이재용 사회부 차장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확보해야 합니다.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 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합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특별히 강조한 말이다. 그로부터 1년5개월여가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당부는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청와대와 검찰 모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잊은 지 오래인 것 같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명예를 짓밟은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과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의 지시로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대통령의 뜻을 받들기 위해 수사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수사였던 만큼 결과는 참담했다.

먼저 돈봉투 만찬 사건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법무부와 검찰에 감찰을 직접 지시하며 시작됐다. 이 사건의 내용은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들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법무부에 파견을 간 후배 두 명에게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로 법무부와 대검이 꾸린 합동감찰반은 그를 면직 처리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근 이 전 지검장의 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고 행정법원은 면직 처분도 재량권 남용이라며 취소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갓 출범한 현 정부가 검찰 수뇌부의 물갈이를 위해 이 사건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의 기무사 수사도 돈봉투 만찬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사건의 수사는 지난 7월 인도를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전격 지시하며 시작됐다. 이후 군과 검찰은 대규모의 특별수사단을 꾸려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범죄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이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들 사건에서 보듯 현 정권은 말로만 검찰의 중립을 강조할 뿐 적폐청산이라는 정권의 목표에 검찰을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검찰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반대 세력을 탄압한 이전 정부들과 판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관건은 검찰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 정권의 하명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거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정권의 하명 수사를 충실히 수행하는 한 검찰은 ‘정권의 충견’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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