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일을 최저임금 계산식에 넣으려던 정부가 내년 임금대란을 우려한 기업들의 강한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정작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아무런 개선도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재입법예고하고 오는 31일 다시 통과시키기로 했다”며 “경영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에 따라 유급휴일 중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 시 수당·시간 모두 제외하는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급휴일은 1주 만근한 근로자가 주휴일에 쉬어도 하루치 수당을 받는 것으로 법률로 정한 법정주휴일(대개 일요일)과 노사가 정한 약정휴일(토요일)로 나뉜다. 월 급여를 시급으로 환산해 최저임금과 비교할 때는 기본급과 월 고정급여를 더한 액수(분자)를 월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눈다. 고용부 개정 시행령 원안은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원 판례와 달리 전부 분모에 포함해 기업들의 격렬한 반대를 받았다.
정부는 또 상여금 지급시기 조정 등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기업을 위해 내년 1월1일부터 취업규칙 개정 기업은 3개월, 노사 단체협약 개정 기업은 6개월까지 자율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올해 말로 끝나는 주52시간제 계도기간도 내년 3월31일까지 연장된다. 탄력근로시간제는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연장된다.
올해 16.4%, 내년 10.9% 오른 최저임금은 내년에 시간당 8,350원에 이르러 현대모비스·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에서도 최저임금에 미달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당부한 뒤 고용부는 토요일 수당·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해 대기업이 최저임금 미만으로 걸리는 사태는 방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제계와 소상공인들은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가상의 유급휴일 시간’을 판례에 맞게 모두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약정휴일은 노사 단체협약을 맺는 대기업에나 해당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개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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