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올해 서울 답방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향후 서울 답방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 지도자가 세밑에 남측에 신년 인사를 보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달라진 남북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이틀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과 관련해 내년 초 비핵화 협상의 국면 전환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A4 두 장 분량인 김 위원장 친서의 구체적 내용을 다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올해를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남북의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 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오랜 시간이 걸려 여기까지 왔고 한 해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뤘다”며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김 위원장 친서가 인편을 통해 전달됐다고만 밝혔다. 김영철(북 통일전선부장)-서훈(국정원장) 라인을 통한 판문점 채널이 가동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서울 답방’ 등과 관련해 친서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시돼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정상들끼리의 친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의역해서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날 친서를 보내 연내 답방 무산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는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지도자의 모습이 된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친서가 내년 북한 국정 방향의 가늠자가 될 신년사 발표를 이틀 앞두고 왔다는 점에서 신년사를 통해 북한이 미국에는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데 이어 미국과의 비핵화 교착 국면을 풀어낼 ‘통 큰 약속’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북미의 행보를 보면 국면 전환의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올해 ‘핵 무력 완성’을 강조했던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의 단계적·동시적 이행과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핵 단추’ 등 미국을 자극하는 표현은 자제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북제재에 강건한 미국에 대한 불만과 북한이 취한 비핵화 조치를 부풀리는 방식 등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 친서에서처럼 ‘서울 답방’ 등과 관련한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되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경협 재개 등을 촉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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