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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최연소 합격 전영인 "프로생활도 '똑바로 멀리' 갈래요"

163㎝ 키로 평균 260야드 날려

'동서남북 연습법'으로 퍼트보완

"제게 퍼트의 해답은 연습량

진짜 소망은 오래오래 뛰는 것"

LPGA 투어 신인 전영인이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하며 창밖의 경복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TV로 볼 때는 아기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 전영인(볼빅)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평소 케이블 골프 방송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전영인을 모를 수 없다. 다부진 체구의 전영인은 “한 번 보시죠”라는 티칭 프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슨 내용을 찰떡같이 샷으로 재연해낸다. 티칭 프로는 그의 아버지인 유명 교습가 전욱휴씨다.

전영인은 최근 서울경제신문 본사를 찾아 “레슨을 찍을 때는 아마추어였고 지금은 프로니까 보시기에 뭔가 다른 느낌이 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하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지난해 퀄리파잉(Q) 시리즈 역대 최연소 통과(18세)라는 빛나는 이력서를 거머쥔 전영인은 기해년 새해 19세의 나이로 2019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한다. 1월6일 호주 애들레이드로 출국해 연습하다 2월7일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개막하는 빅 오픈을 데뷔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다섯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전영인은 열 살 때 US키즈 월드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7년에는 폴로 주니어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과거 타이거 우즈(미국)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우승했던 대회다. 만 18세가 넘어야 Q스쿨 응시 자격을 주던 LPGA 투어가 전영인에게 예외 규정을 적용한 것도 이 대회 직후다. Q스쿨을 거쳐 지난해 2부 투어에서 활약한 전영인은 지난해 11월 8라운드 144홀의 1부 투어 Q시리즈를 공동 13위로 통과했다.

대형 신인으로 불릴 만한 전영인의 트레이드 마크는 ‘똑바로 멀리’ 가는 샷이다. 지난 시즌 2부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샷 260야드 이상을 찍어 ‘토털 드라이브 익스피리언스’ 챔피언에 올랐다. 거리와 페어웨이 안착률 수치를 종합해 주는 상이다. 163㎝로 큰 키도 아닌 전영인은 “일부러 세게 치려 한다고 세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날아가면 280야드까지도 나간다”고 했다. 그렇다고 데뷔 시즌 목표가 드라이버 샷 거리나 정확도 1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전영인은 “여러 나라에 가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상금랭킹 60위 안에는 들어야 시즌 후반부 아시아 대회에 나갈 수 있잖아요. 잘해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는 게 첫 번째, 컷 탈락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두 번째 목표예요.”

전영인은 특히 한국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대회에 초청 출전했다가 좋은 기억을 얻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대회장 식당에 김치볶음밥이 나오고 로커룸에는 ‘빼빼로’도 있더라. 한국분들이 갤러리로 많이 와주시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했다. 2017년까지 4년 연속 미국 주니어 국가대표를 지낸 전영인은 지난해 초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 2부 투어와 Q시리즈 모두 한국 국적으로 뛰었고 데뷔를 앞둔 1부 투어도 마찬가지다. 전영인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 사람이기도 하니까 국적을 얻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 신인 전영인이 새해 데뷔를 앞둔 각오를 밝히고 있다. 그는 “TV로만 보던 유명한 언니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지금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호재기자


전영인은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Q시리즈를 1위로 합격한 이정은과 타이틀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연속 한국인 신인왕 탄생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전영인은 “TV 중계로만 봐오던 이정은 언니를 Q시리즈 대회장에서 보니 신기했다. 경쟁은 말이 안 되고 한 수 잘 배우겠다”고 했다. 초청 출전 경험 덕에 LPGA 투어 무대와 선배들이 낯설지 않은 전영인은 “박인비·유소연·김세영 언니처럼 격의 없이 후배들을 보듬는 선배로 커 나가고 싶다”고도 했다.

데뷔 시즌 캐디는 2부 투어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전욱휴씨가 맡는다. 아버지 ‘지분’이 너무 커 보이기도 한데 오히려 “제 의견을 가장 존중해주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고 했다. 대신 연습 때는 무조건 아버지 말을 따른다. “시키시는 대로 다 해요. 빈 스윙을 1,000개씩 한 적도 있었는데 끝내고 나니 걸어가면서도 저절로 스윙 동작이 나오더라니까요.” 전영인은 “한 번은 어떤 대회에서 벙커 탈출을 한 번에 못했다. 그랬더니 바로 ‘아빠가 저런 것도 잘 안 가르쳐줬나 봐’라는 얘기가 나오더라”고 돌아보며 “유명 프로의 딸이라는 운명이 이렇게 압박일 때도 있지만 행운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털어놓았다.

LPGA ‘수능’을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러 들어온 한국에서 전영인은 계획과 달리 상당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고 있다. “데뷔 시즌에 대한 기대 때문에 스스로 골프 클럽을 잡게 되더라”는 설명. 맛집 투어도 좋지만 하루 3시간 샷 연습-1시간 근력 운동은 빼먹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는 전영인의 ‘둔한’ 성격이 성공의 열쇠일 수 있다고도 얘기한다. 장비에 예민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갤러리 소음에도 둔감하다. 바로 옆에서 뭔가를 떨어뜨렸는지 ‘우당탕’ 소리가 나도 못 듣고 그냥 친다. 상대적으로 약한 퍼트 보완은 우직한 연습으로 이겨낼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 ‘동서남북 연습법’으로 꽤 효과를 봤다. 아마추어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홀까지 1.5야드 거리의 사방에서 각각 20개씩 80개를 퍼트한 다음 2야드, 2.5야드, 3야드로 거리를 늘려가며 계속 80개씩 넣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5~3야드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져요. 그 거리는 제 거리가 되는 거죠. 쇼트 퍼트에 자신감이 생기면 롱 퍼트가 좋아지고 심지어 롱 게임도 늘어요.” 전영인은 “제게 퍼트의 해답은 연습량이다. 하루 3시간씩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기다리던 중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자 자연스럽게 춤 동작이 나왔다. “Q시리즈 마지막 날에는 13년 골프 인생을 그날 하루로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데뷔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즐거울 수밖에 없죠. 언젠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큰 꿈도 있는데 진짜 소망이라면 오래오래 뛰는 거요. 아버지는 마흔까지 선수 하라는데 저 할 수 있겠죠?”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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