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임기 1년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그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장을 맡아 “재판 거래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던 만큼 최근 ‘재판거래’ 의혹 수사을 둘러싼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갈등이 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처장은 3일 오전 9시5분께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법관은 재판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쁘며 재판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의 표명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며 “(처장 재직 기간이) 1년에 불과하지만 평상시의 2년보다 훨씬 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대법원장과 큰 방향에서 다를 바가 없다”며 “김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열린 분으로 세부적인 의견차이를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14명 가운데 1명이 맡는 자리다. 따로 임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통상 2년 임기가 관례처럼 내려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월 김소영 전 법원행정처장을 임명 6개월 만에 전격 교체하고 안 처장을 앉혔다.
안 처장은 부인했지만 여전히 법조계 일부에서는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이 흘러나온다. 안 처장은 지난 11월에도 기자들과 만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와 법원 안팎의 연루 법관 탄핵 논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당시 안 처장은 “아무리 (사법부의) 병소를 많이 찾는다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생한 김 대법원장에 대한 화염병 테러에 대한 질문에 동문서답 식으로 작심 발언을 했다. 일각에서는 건강 이상설도 제기된다.
안 처장은 “사법부가 여러 가지 부족함이 많다”며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끌어 가는데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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