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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악취와 향기] 냄새 혁명, 근대사회 방향을 잡다

■알랭 코르뱅 지음, 오롯 펴냄

18세기 중반 '악취와의 전쟁'

근대 사회 영향 사례별 분석

군대·학교 등 위생 규율 마련

냄새 따라 사회적 지위 세분화도





18세기 프랑스 파리는 악취로 가득했다. 가장 깨끗할 거 같은 병원에서도 역겹고 끔찍한 냄새가 났다. 소변기의 대변기의 내용물이 스며들어 있는 마룻바닥이나 죽기 직전 상태에 빠진 병자의 체액이 스며들어 있는 상태로 마른 요와 솜털 이불 등으로 인해 병원은 악취로 가득했다. 감옥이나 병영, 극장까지 악취의 연속이었다. 극장에서는 이따금 심한 악취 때문에 관객들이 불안해져서 극장을 나가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 사람들은 악취와 더불어 살아갔다. 하지만 18세기 중반부터 사람들은 냄새에 민감해졌고 악취의 허용한계가 엄격해졌다. 병의 전염에 관한 과학과 의학 이론이 발전하면서 사체와 배설물 냄새 등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졌다.

프랑스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의 ‘악취와 향기’는 후각의 영역에서 나타난 감각의 혁명이 근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역사적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학과 의학의 역사, 도시계획, 공중위생, 건축양식, 향수의 유행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냄새에 대한 해박함은 놀라울 정도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탄생에 영향을 끼친 책으로도 알려진 ‘악취와 향기’는 1982년 처음 출간된 뒤로 지금까지 12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알랭 코르뱅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겼다. 지난 2016년에 새로 개정된 판본을 기초로 해 한국어로는 이번에 처음 번역된 것이다.

파리의 옛 길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후각은 오랫동안 감각의 위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객관적인 감각으로 중시되었던 것에 반해 후각은 주관적인 감각으로 외부 대상의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후각은 ‘욕망과 욕구, 본능의 감각’으로, 후각이 예민한 것은 문명화가 덜 됐다는 것을 나타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이후 서양사회에서 후각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감각으로 떠올랐다. 과학과 의학 이론의 영향으로 18세기에는 기체학과 식물학이 점차 발달하면서 공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졌다. 물질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독기 때문에 질병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보는 ‘독기론(miasmatism)’도 의학적 사고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따라서 공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고 냄새를 통해서 공기 안에 포함된 부패한 독기의 존재를 감지해내는 후각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공중 변소로 들어가는 사람, 파리, 1875년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공기에 대한 경계심으로 사람들은 냄새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태도를 보이게도 된다. 사람들은 배설물이나 오물이 가까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으며, 분뇨구덩이ㆍ도축장ㆍ변소 등의 악취가 사람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배계층은 자연과 산지의 순수한 공기를 예찬하며 도시와 빈민의 악취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선박ㆍ병원ㆍ군대ㆍ학교 등에서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신체위생의 규율들이 실험됐다.

여인과 꽃 /사진제공=오롯 출판사


후각은 사회적 위계를 세분화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인간 집단은 냄새가 제거된 부르주아와 악취를 풍기는 민중으로 구분됐다. 도시의 공간도 그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계획됐다. 아울러 타인의 체취에 대한 불쾌감이 커지면서 ‘개인’이라는 관념이 높아졌다. 개인들이 독립된 공간과 침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생활양식이 등장했으며, 은은하고 수줍은 식물성 향기를 선호하는 새로운 성적 전략도 탄생했다. 알랭 코르뱅은 배설물·짐승의 사체·늪·무덤 등에서 풍기는 다양한 악취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18~19세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만5,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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