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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칼럼] 軍 '인사 시스템 적폐' 개선할 때 됐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정치권 줄대기 구태 여전히 반복

과도한 개입땐 사기 저하로 직결

軍인사법 따라 적임자 임명하되

복수추천·靑 검증 폐지 용단을





육군참모총장과 청와대 행정관의 만남. 뉴스를 접했을 때 놀랐다. 과연 그토록 비중 있는 소식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기자들은 이렇게 배운다. ‘네가 쓴 기사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불이익을 당할지 생각해보라. 국민 다수에게 편익이 돌아간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말고 펜을 들어라.’ 반대의 경우도 있다. ‘특정 대상에 한정된 이익과 불이익이라면 가능한 많이 걸러라.’

육참총장과 청와대 행정관이라면 특정인이 아니다. 동선 하나하나가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파를 타고 난 후의 효과는 곱씹을 문제다. 청와대와 육참총장은 구설에 올랐다. 불이익을 당한 쪽이다. 누군가 타격을 받았다면 반사이익을 거둔 측도 있기 마련이건만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해석은 다양하다. 권력의 암투설이 나오고 특정인들의 이름까지 거명되지만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알기 어려운 정보를 누가 왜 흘렸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안 자체가 이미 지나간, 1년 4개월여 전의 얘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반사이익을 국민에게 돌리기 위해서다. 만남 자체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이미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면 치유책이 나와야 마땅하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문제와 해결책은 동일한 지점에 존재한다. 사안의 핵심은 ‘인사(人事)’에 있다. 인사는 만사다. 인사는 모든 일의 근원임에도 군의 인사, 특히 장성급 인사는 말이 많다. 친구인 동기가 원수로 바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승진에서 탈락해도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군인은 계급 정년에 걸려 진급하지 못하면 군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에 비춰 공명정대한 군 인사를 저해하는 요소는 두 곳에 있다. 청와대와 군. 먼저 군을 보자. 군 장성들이 인사의 독립성을 지켰다고 존경하는 남재준 전 육참총장 시절, 군 인사 문제가 비리 의혹으로 번진 적이 있다. ‘장성 진급자의 3분의1이 문제가 있으니 진급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당시 청와대에 총장은 사표를 내며 버텼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표를 즉각 반려하고 총장의 장성급 인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총장이 주도한 군 인사는 무수한 잡음을 낳았다. 총장은 지침을 여러 차례 정정해가며 사람을 골랐고 급기야 ‘진급자 내정’ 투서 파동과 군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까지 일어났다. 진급 심사 도중 당시 합참의장이 분을 못 이겨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간 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남 총장의 임기를 지켜줬으나 군의 독단에 맡길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 총장의 후임인 김장수 총장 시절, 몇 가지 지침을 내렸다. 주요 직위자에 대한 복수 추천과 청와대의 검증 기능 강화가 골자. 노 대통령 임기 말에 이렇게 짜인 인사 시스템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1년 반 동안 세 차례의 심사에서 진급하지 못하면 계급 정년을 맞던 관례도 깨졌다. 무려 9차 진급자가 나오고 2년 단임을 조건으로 진급한 소장이 또다시 임기제 진급으로 중장으로 승진한 적도 있다.

청와대의 군 인사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권력에 줄 서는 군대’를 만들었다. 전방을 주시하고 총장의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전방의 고급 장교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경쟁을 벌였다. 일부에 국한된 얘기지만 사례가 전해질 때마다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대다수 장교의 사기가 떨어졌다. 진급 심사에서 탈락하면 연줄이 없음을 자책하는 풍토가 일었다. 정권이 바뀔 때 장성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행태도 반복됐다. 물론 김용우 총장과 청와대 행정관의 만남은 이런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11년 가까이 쌓인 구도 아래 벌어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불필요한 홍역을 치렀음에도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무감각하고 군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폐단을 청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군 인사에도 적용되기 바란다. 방안은 간단하다. 법 준수. 군 인사법을 지키면 그만이다. 복수 추천과 청와대 검증 기능이 없더라도 통수권자는 얼마든지 인사권을 행사할 길이 있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역저 ‘존재와 시간(1927)’에서 ‘현존재(인간)’가 스스로 선택하고 개선하려는 성향을 ‘본래성’, 가능성에 도전하지 않는 성향을 ‘비본래성’으로 구분했다. 우리에게는 과제가 있다. 군 인사를 정상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안이 발생하고 대가를 치렀음에도 개선하지 않는다면 동물 군집과 다름없다. 폐단을 고치고 정상을 찾아가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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