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퍼모어 징크스’는 스포츠·영화·음악 등에서 자주 쓰인다. ‘2년 차 징크스’라고도 한다. 2년 차라는 의미의 소퍼모어(sophomore)와 불운의 뜻을 가진 징크스(jinx)를 합친 용어다. 첫해 작품·활동의 성공에 비해 그 다음 해 결과물이 부진한 현상을 가리킨다. 정치에서는 재집권 때 첫 집권 시절만큼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이 말을 쓴다. 집권 2년 차에 국정 성과가 좋지 않거나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에도 인용된다.
우리 정치에서는 ‘2년 차 슬럼프’의 사례로 박근혜 정부가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 2년 차에 실시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4년 6월 지방선거 결과 광역자치단체장에서 새누리당이 8석에 그치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9석을 차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뿐 아니라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도 싹쓸이해 사실상 승리했다. 초반 국정운영이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게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집권 2년 차 선거에서 ‘여당 고전’은 이례적이다. 지방선거나 총선이 집권 1·2년 차에 치러지면 여당이, 4·5년 차에 실시되면 야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인 내년 6월 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다수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경쟁 후보를 8.27%포인트의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데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정당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탓이다. 하지만 요즘은 ‘여당 일방적 우세’라고 전망하는 목소리들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정당 지지율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가 크지만 내년 지방선거의 여야 지지율 격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3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9%)’와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6%)’는 응답률 차이는 오차 범위 내에 그쳤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민주주의 회복과 지속 성장을 실현하려면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 내년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주가·부동산·정치와 돌발 변수 등 크게 네 가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성과다. 성장률과 실업률도 중요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시장 동향이 선거의 주요 변수다. 주가 대폭 상승은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고 40~50대 중심의 여당 지지층을 결속하는 핵심 무기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27일 사상 처음 4000 고지를 돌파했고 올해 코스피 누적 상승률은 6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공지능(AI) 수요로 촉발된 반도체 슈퍼 사이클, 시중 유동성 확대, 미중 갈등 완화 등이 맞물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 고공 행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여당에 호재가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AI 거품론’ 현실화 등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 상승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친시장 정책과 구조 개혁으로 경제 기초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부동산은 서민·중산층의 표심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 정부는 벌써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들썩이는 수도권 집값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3중 규제 지역 지정,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10·15 대책이 발표되자 서민과 청년들은 “현금 없으면 집 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차관이 ‘갭투자’ 논란으로 물러나는 등 부동산 대책이 외려 부작용과 역풍을 낳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치에서는 다수의 독주와 독선이 최대의 적이 될 수 있다. 여당이 법 왜곡죄, 재판중지법 도입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삼권분립을 흔들 뿐 아니라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강성 의원의 무리한 언행도 부담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조국 사태 등의 겹악재를 만나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여권이 ‘2학년 슬럼프’를 벗어날지 여부는 주식·부동산과 정치 즉 ‘주부정’ 관리에 달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dki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