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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영유캐슬, 영혼캔슬…中·日·베트남 이어 유럽까지 영어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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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 지나면 입학…조기영어 中 휩쓸어

日 올림픽 맞물려 열풍…베트남에서도 붐

네덜란드·佛은 영유아 때부터 정부 지원

지난해 중국 동북부 지역 랴오닝성 잉커우시의 한 기업가가 다섯 살 된 딸을 위해 3,000만위안(약 50억원)을 투자해 영어유치원을 사들여 화제가 됐었다. 그는 추가 시설투자와 우수한 실력을 갖춘 영어교사들을 대거 영입한 뒤 이 유치원에 자신의 딸을 입학시켰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딸은 내게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라며 “어린 딸이 훌륭한 영어교육을 받도록 해주고 싶은데 이전에 다니던 영어유치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훌륭한 곳이 매물로 나와 인수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유치원에서의 조기 영어교육은 중국과 일본·베트남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네덜란드·스위스 등 유럽의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이미 또 하나의 교육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다. 각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부담이 돼도 매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영어 사교육비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영어권 국가들 가운데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은 중국이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탓도 있지만 중국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혁으로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남보다 앞서려는 부모들의 조기 교육 열풍이 대륙을 휩쓸면서 일부 대도시에서는 대학교 등록금의 20배에 달하는 최고급 영어유치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첫돌이 갓 지난 아기마저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국 영어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일부 교재는 초등학교 수준을 앞서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영어 사교육비가 사회 문제로까지 부상하자 급기야 중국 교육부는 지난 2016년부터 유아 교육기관이 한자·수학·영어 등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선행교육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가 부모들의 교육열을 막지는 못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온라인 영유아 영어교육 시장규모는 18억7,000만위안(약 3,1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가량 급증했다. 올해는 50억7,000만위안(약 8,5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내 유아 영어교육업체와 해외교육기업 간 합작이 증가하면서 조기 영어교육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보다는 늦었지만 일본에서도 최근 5~7세 대상의 유아 영어교육 붐이 일기 시작했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국제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정규 과정에 편성돼 있던 영어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 배경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리 직속 교육재생회의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어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영유아 조기 영어교육 강화를 비롯해 회화 위주의 실용영어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뺨칠 정도로 높은 부모들의 조기 교육열이 영어 사교육 시장을 급팽창시키고 있다. 현재 베트남 중류층의 중심은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다.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영어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며 자란 이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학부모가 되자 자녀의 미래를 위해 앞다퉈 영어유치원을 찾고 있다. 영어 실력에 따라 대졸 연봉이 3배까지 차이가 나는 베트남에서는 젊은 부모들이 매일 어린 자녀들을 오토바이에 태워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조기 영어교육에 공을 들이기는 비영어권의 유럽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비영어권 국가 중 국민들이 가장 높은 영어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경우 유치원 시절부터 전액 국가부담으로 조기 영어교육이 시작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평균 14년간 매일 1∼2시간씩 영어를 배운 덕에 네덜란드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유독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강한 프랑스 역시 유치원부터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전 세계에서 영어화(englishization)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비영어권 국가들에서는 영유아 시절부터 조기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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