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출권’의 지분 70%를 가진 전체 약 33만명의 책임당원은 대구·경북(9만3,000여명), 부산·경남(7만2,000여명) 등 영남에 절반이 포진해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지역 책임당원의 표심을 충분히 얻으면 당선권에 그만큼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한국당 당권주자의 최고 ‘핫 플레이스’는 단연 대구 서문시장이었다.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 김진태 의원이 시간대가 겹치지 않게 잇따라 방문했다. 서문시장이 이처럼 보수 진영의 정치인에게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은 서문시장의 상징성 때문이다. 서문시장은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 그중에서도 그 색채가 더욱 짙어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다. 달리 말하면 보수 진영의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서문시장의 민심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도 된다.
이날 점심 무렵 곳곳에서 터진 환호를 받으며 제일 먼저 서문시장을 찾은 오 전 시장은 철저히 몸을 낮췄다. 황 전 총리, 홍 전 대표에 비해 다소 약하다고 평가받는 영남에서의 지지 기반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시민이 악수를 요청하며 “잘 좀 하라”고 말하자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우리가 정치를 잘못해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앞으로 잘해서 어려운 경제상황이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인연합회와 가진 간담회에서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다”며 “정권을 되찾으면 반드시 (애로사항 해결책 등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3월 서문시장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던 홍 전 대표도 같은 날 서문시장을 찾았다. 사실상의 한국당 전당대회 출정식을 ‘보수의 성지’에서 가진 셈이다. 그는 서문시장에서 상인과 시민을 만나고 ‘김광석 거리’로 이동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 대구 게릴라콘서트를 열었다. 홍 전 대표가 서문시장을 떠난 뒤에는 김 의원이 그곳을 찾아 상인 및 시민과 만났다.
한편 한국당 입당 후 첫 지방 방문지로 대구를 선택했던 황 전 총리는 울산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당 울산시당 강당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와의 간담회에서 “이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힘을 모아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나는 계파정치를 하려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며 만약 계파정치가 있다면 그것을 없앨 것”이라며 “세대·계층 간 갈등 해소에 앞장서고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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