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인단이 정식 재판을 하루 앞두고 모두 사임했다.
재판부의 재판 진행에 대한 ‘항의성’ 사임이다. 이에 맞춰 임 전 차장도 첫 공판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30일로 예정된 임 전 차장의 정식 재판은 파행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 11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에 전원 사임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현 상태의 재판 진행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 보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의 재판 진행 경과를 정리한 표를 근거 자료로 공개했다.
또 임 전 차장 역시 이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23일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한 차례 준비기일을 더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검토가 덜 끝난 상태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이 방대해 심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변호인단이 의견을 밝힌 공소사실부터 먼저 정식 심리를 시작하겠다며 변호인 요청을 거부했다. 검찰 역시 하루빨리 본 기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재판부는 또 심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향후 주 4회 ‘강행군’ 재판을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임 전 차장의 구속 기한이 5월 14일로 만료되는 만큼 재판부로서는 진행 속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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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도 변호인단 내에서는 “무리한 진행”이라며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이 같은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한 만큼 30일로 예정된 임 전 차장의 첫 재판은 연기되거나 열리더라도 곧바로 파행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의 사건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필요적(필수적) 변론 사건’이라 변호인 없이는 재판할 수 없다. 형소법에 따라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는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와 같이 사선 변호인들이 사건을 맡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국선 변호인을 지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로서도 예상 밖의 일이라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징용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 등 30여개의 범죄사실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이달엔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서 ‘재판 민원’을 받고 판사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 심리 하기로 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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